우리는 착한 소비를 위해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구매하는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 또는 내가 사는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이 바르고 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검색합니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과 상관없이 이왕이면 더 괜찮은 기업을 선택하려는 것이죠. 일반 소비자로서는 어려운 일입니다. 매우 단적인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전례 없는 혼란을 가져온 코로나19는 기업들에게 불확실성 시대의 새로운 성공 전략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예측 가능한 것에 대한 기업들의 갈망은 ‘성장중심’ 경영에서 ‘지속가능’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냈죠. 지속가능 경영이란, 기업의 경제적∙사회적∙환경적 책임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가리킵니다. 즉, ‘기업 경영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를 헤치는 의사결정(Governance)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세상에 착한 기업은 존재할까
기본적으로 기업은 이윤을 내기 위해 존재합니다. 그런데 ‘착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다니 굉장한 모순입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것이 아니라면 기업은 스스로 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기업은 이윤을 내는 활동 외에 기부, 봉사와 같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즉,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해왔어요. 과거에는 이런 활동들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만, 최근엔 이외에도 기업이 짊어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점차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너 리스크 관리와 친환경 정책, 협력사와의 파트너십 개선, 직원 처우 및 근무환경 개선 등 그 범위와 관리 대상이 더욱 넓어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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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란 무엇인가
ESG 구성요소 | 출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지금까지 ESG의 등장 배경을 소비자의 시선으로 서술했지만, 사실 ESG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기업을 파악하기 위해 등장한 용어입니다. ESG(Environment, Social and Governance)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해석하는데요, 보통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정의합니다. 여기서 비재무적인 성과는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매출, 순이익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말하고, 이를 수치화시키기 위해서 환경적 측면, 사회적 측면, 지배구조적 측면에서의 기업 활동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 ESG 투자 규모는 2012년 13.3조 달러(16,173조 원)에서 2018년 30조 6,830억 달러(37,329조 원)로 3배가량 증가하며, 국내 ESG펀드의 순자산 규모 또한 2020년 2월 기준 3,869억 원으로 2년 전(1,451억 원)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ESG에 앞장서는 글로벌 기업
100%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애플의 신사옥 '애플파크'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해오고 있었어요. 마이크로소프트는 100% 친환경 에너지(태양력, 풍력, 조력)로 가동되는 해저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을 2015년부터 추진 중이고, 애플은 100%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하는 사옥 애플파크를 2017년에 완공했습니다. 또 구글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홍수나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예측해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ESG 구성요소
ESG의 특징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비재무적 기준
ESG는 기업 재무제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중장기적 기업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속가능성 평가 지표입니다. 막연히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기준에 부합하는 좋은 일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는 기준으로 볼 수 있죠. 과거엔 기업의 이익 중 일부를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이 최선이었다면, 지금은 착하게 버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준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진 것입니다. 이것이 ESG와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과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즉, ‘사회공헌활동(CSR)’은 기업의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한 활동을 경영에 통합시키는 것이라면, ESG는 투자자의 관점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 하기 위한 정보를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 CSR은 기부나 후원 등의 자발적 돕기 수준으로 기업 경영을 책임감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ESG는 기업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화하고 그 노력을 측정 가능하도록 지표화하여 투자를 이끄는 것입니다. 또, CSR보다 진화된 개념인 ‘공유가치창출(CSV)’은 기업과 지역 사회가 상생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요. CSR은 선행을 통해 사회에 기업의 이윤을 환원하는 것이고, CSV는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와 지역 사회의 니즈가 만나는 곳에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여 경제적∙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ESG 평가가 높을수록 단순히 사회적 평판이 좋은 기업이라기보다 리스크에 강한 기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직원과 고객, 환경, 사회단체 등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위한 가치를 만들어냄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통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됩니다.
“기후변화 리스크가 곧 투자 리스크이며, 이러한 리스크 평가를 위해 일관성 있는 양질의 주요 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래리 핑크(美 자산운용사 Blackrock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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