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제이미 폭스)'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할 기회를 잡는다. 인생의 목표를 이룰 수 있어 잔뜩 흥분한 바로 그 순간,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인간으로 태어날 자격을 획득한 영혼들에게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그는 지구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티나 페이)'의 멘토가 된다. 수많은 위인들도 가르침을 주는 데 실패한 영혼 22와 함께 조는 지구로 돌아가 프로 뮤지션이 되고 꿈의 무대에 서기 위한 모험을 시작한다.
픽사는 늘 선택된 소재와 관련된 환상의 공간을 선보이며, 그곳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현실에서의 위로, 성장, 그리고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픽사 애니메이션은 유달리 어른들에게 감동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감독의 신작 <소울>은 픽사의 DNA가 가장 뚜렷하게 발현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구성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메시지
<소울>이 직접적으로 다루는 시기는 삶의 이전과 이후다. 영화의 주된 배경 역시 태어나기 전과 죽음 후에 영혼이 마주해야 하는 환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소울>이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람의 탄생과 죽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탄생과 죽음은 수단일 뿐, 무엇보다도 현재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본질에 가깝다.
이는 셸리 케이건 예일대학교 교수가 본인의 저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영혼이 실재하든 안 하든) "우리는 죽는다. 때문에 잘 살아야 한다. 죽음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을 할 수 있다"라고 내린 결론과 일맥상통한다.
갑작스럽게 죽기 직전에 처한 조와 지구로 내려가기를 거부하는 영혼 22가 함께 뉴욕에서 모험을 펼치며 지난 삶의 과오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을 발견하며, 당장 그들이 마주한 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지만 언제나 재즈 밴드로 활동하는 프로 뮤지션을 꿈꾸던 조는 동경하는 아티스트와 클럽에서 멋진 즉흥 연주를 펼치며 실력을 인정받지만, 매일 공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공허함을 떨쳐내지 못한다. 지구로 내려가는 것을 거부하던 영혼 22 역시 조의 몸을 통해 처음으로 삶이 무엇인지를 체감하지만, 자신의 경험을 부정당한 뒤 삶의 의욕을 잃고 변해버린다. 그러던 와중에 둘은 사소한 일상의 소중함과 따뜻함을 마주한 후에야 진정한 삶을 살기 시작한다. 인생은 무언가 거창한 것을 목표로 할 때가 아니라 순간순간을 즐길 때 의미가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성과를 내야 하고, 그 성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긍정 과잉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비록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신의 목적에 치여 함몰되어 가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스스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다르지 않고,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조와 22라는 캐릭터가 현실을 반영하듯이, 주 배경으로 묘사되는 공간도 현실의 비유로서 감정이입과 공감에 큰 도움을 준다. 지나치게 열정에 집착하여 괴물이 된 영혼들이 떠돌아다니는 공간인 어둠의 구역을 보자. 지나친 열정에 휩싸인 한 남성은 "성과의 극대화를 위해 자유로운 강제에 몸을 맡긴" 결과 두 주인공과 같은 문제를 겪는 인물이다. 자신의 삶을 잃고 괴물이 되어 버린 이들이 '문윈드'와 같은 개인의 도움에 의해서만 구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둠의 구역은 개인이 스스로를 하나의 부품이자 도구로 여기게 하며 실패할 경우 재도전의 기회를 거의 주지 않는 사회상의 반영이다.
이 영화가 전달코자 하는 메시지들
①아무리 그래도, 죽음보단 삶이 낫다. 그리고 ②살아간다면, 세속적 안정보다는 자신의 꿈(또는 삶의 ‘목표’ 또는 ‘목적’)에 충실하자. 그렇지만 ③삶의 ‘목적'이라는 것은 우리가 만들어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하여 ④그에(그리고 그것의 성취에) 집착하는 것은 정신건강 및 인생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⑤그 사실을 깨닫고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에 눈을 돌려보자. 그리고 ⑥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삶의 매 순간을 즐기자.
여기에 보너스처럼 ⑦우리 동네(커뮤니티, 영화에서는 브루클린)의 소소하고 정감 어린 일상과 그 소중함에 대한 언급까지도 얹어진다.
소울의 매력적 요소들
그가 검은색 컨베이어벨트에 실려 향하게 되는 사후세계 ‘거대한 저편’의 디자인도 그렇거니와, 조가 그곳에서 이탈한 뒤 옮겨가게 되는 생전세계 ‘유(you) 세미나’의 디자인도 죽음보다는 오히려 그 반대의 뭔가를 떠올리게 한다. ‘유 세미나’의 관리자들인 ‘제리’들은, 피카소의 ‘빛 드로잉’을 필두로 클레, 마티스, 칸딘스키 같은 화가들의 선 드로잉을 떠올리게 하는, 매우 미술적인 디자인의 캐릭터들이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부드러운 윤곽선과 파스텔톤 색채를 유니폼처럼 입고 있는바, 그것은 다분히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의 시각적 즐거움은 충분하다.
게다가 재즈가 곁들여져 있다. 물론 이 영화가 <피너츠>나 <핑크팬더> 같은 애니메이션들만큼 본격적으로 재즈를 음악에 채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재즈 뮤지션이 주인공이고, 이야기의 중심에 그의 ‘필생의 공연’이 포진되어 있는 만큼 재즈는 <소울>을 소울풀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버번에 푹 담갔다가 건진 것 같은 호박색 톤의 가을 뉴욕(그야말로 ‘Autumn in New York’), 그중에서도 브루클린의 가을 풍경과 겹치면서 한층 더 푸근한 정감을 안긴다. 그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좋다.
거기에 덤처럼 브루클린의 양복점(조의 어머니가 경영하는 가게다)과 이발소 같은 ‘동네 가게’와 그 가게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주는 정감 또한 얹어져 있다. 특히 이발소 장면은 <스모크>(웨인 왕/폴 오스터 감독)의 담배가게 정경을 연상시키는, 작지만 강한 사랑스러움을 맛보게 하는 대목이다. 아, 그리고 물론, 유서 깊은 명문 재즈클럽(‘하프노트’가 그 이름)의 멋스러움도 뺄 수 없겠고 등등등,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참신함과 정성과 기술이야 픽사라는 이름에서 예상되는 그 수준 그대로다.
우여곡절 끝에 <소울>이 도달하는 ‘거대한 목표와 그의 성취가 아닌, 일상의 순간순간 그 자체가 인생이다’라는 메시지는 지금 현실에서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통찰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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