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Drama - <Kim's Convenience>
1. 김씨네 편의점 이야기
문제아로 청소년기를 보낸 아들은 집을 나간 지 오래고, 딸은 문화 차이 및 세대 차이에서 오는 답답함에 어찌할 줄을 몰라 한다. 아빠는 때때로 “아이 씨!” 하며 거친 언어를 내뱉지만 돌아서는 순간 마음이 약해지고, 엄마는 아이들과 아빠 사이에서 다리 역할을 하느라 분주하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한국 가족의 모습이 CBC 채널을 통해 캐나다 전역에서 방영되었다. 바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이다.
토론토 다운타운의 리젠트 파크에 자리한 김씨네 편의점에는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 부부와 OCAD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는 딸 ‘재닛’, 그리고 16살에 집을 나갔지만, 간간이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들과 연락을 하고 지내는 아들 ‘정’이 있다. <김씨네 편의점>은 김 씨네 가족, 특히 아빠와 아들에게서 시작된 갈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한국인 이민자 가족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김씨네 편의점>은 한 민족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과 사랑, 그리고 가치와 분투라는 모두에게 적용되는 주제를 포괄한다.
<김씨네 편의점>은 다문화주의를 지향하는 캐나다에서 성공한 ‘탈 화이트워싱’ 콘텐츠 사례로 평가받는다.
<김씨네 편의점>은 이민 1.5세인 최인섭 씨가 극본·연출·제작·연기까지 총괄한 동명의 독립연극에서 출발했다.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최 씨는 토론토의 이토비코(Etobicoke)에서 친척이 운영하던 ‘김씨네 잡화상’이라는 편의점 건물 위층에 살았다. 그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씨네 편의점>은 가족과 친구들의 삶, 그리고 제 삶의 조각들을 하나, 둘 모아 만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토론토 연극축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연일 매진 사례를 기록하며 주목받았던 <김씨네 편의점>은 그해 143개 출품작 가운데 ‘베스트 프린지 10’에 뽑히고, 다음 해 토론토연극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이 작품이 히트를 치면서 이를 눈여겨본 CBC가 직접 시트콤 제작을 제안했다.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후 최씨는 드라마 공동제작과 극본을 맡았다. 드라마는 방영 3개월 만에 약 93만 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으며, 시즌2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2021년 3월, 공동창작자인 인스 최와 케빈 화이트의 하차로 시즌 5를 끝으로 종영할 것을 확정했다.대신 새넌 로스를 주연으로 하는 스핀오프 제작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아빠', '엄마', '여보', '아이 참'같은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모습이 신선한 재미를 준다. 또한 아시아계 배우들에게 캐나다 지상파 방송국 출연 기회를 제공하면서 위상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되고, 캐나다의 대중문화가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의존적임에도 꽤나 인기를 끌고 있다. 그리고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 수상을 하면서 한국-캐나다 관계 개선과 한국인과 한국계 캐나다인의 관계 개선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원작자 인스 최가 <김씨네 편의점>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유쾌하고 인간적인 줄거리뿐만 아니라, 캐나다 내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많은 아시아계 아티스트들에게 큰 힘이자 발판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인스 최의 친구 부모님들이 편의점을 운영하고, 그들 중 대다수가 교회에 나가며, 부모와 아이들이 갈등을 빚어내는 매일의 삶은 ‘고정관념’이 아닌 ‘실제상황’이었다. 그가 써 내려간 한국 이민자 가정의 모습을 통해 오래전부터 캐나다에 터를 잡고 뿌리를 내려온 여러 이민자 가정의 다양성도 만날 수 있다.
주인공 대부분을 실제 한국계 배우들이 맡았다는 점도 몰입도를 높였다. 드라마에서는 아들 정 역을 맡은 중국계 미국인 배우 리우 시무를 제외한 이선형(김상일 역), 윤 진(김용미 역), 방 안드레아(자넷 역) 모두 한국계 배우로, 이들은 한국어 대사는 물론 콩글리시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냈다. 배우 이선형은 <김씨네 편의점>으로 2017년 ‘캐나다 스크린 어워드(Canadian Screen Awards)’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은 물론 할리우드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한국에서도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movie)가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movement)이다.”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연출한 존 추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도 다문화주의 토양의 밑거름이 될 새로운 움직임이 시작되길 기대해 본다.
2. 영화 속 편의점의 위치와 실제 촬영지는?
이들의 집과 편의점이 있는 리젠트 파크(Regent Park)는 우범지대였던 과거가 있기는 하지만 토론토 도심 내에 위치한 동네다.
대부분의 장면이 작중 배경이 되는 토론토에서 촬영 되었다. 편의점 내부와 핸디카 렌터카, 집 내부는 토론토에 위치한 촬영 스튜디오인 쇼라인 스튜디오Showline Studios에서 촬영 되었으며 스튜디오 외관은 핸디카 렌터카 사무실 외관으로도 사용되었다.
편의점 외부 촬영은 토론토 퀸 스트리트 이스트 252에 위치한 실제 편의점인 미미 잡화점Mimi Variety 외관을 리모델링해 사용했다. '김씨네 편의점' 간판에 사용된 붉은색과 초록색 글씨도 미미 잡화점의 원래 간판에 사용된 글씨 색에서 따왔다. 미미 잡화점이 김씨네 편의점으로 사업체명을 바꾸진 않았지만 촬영지를 찾아오는 팬들을 위해 김씨네 편의점 간판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3. 종영 논란
2016년 첫 방영 이후 3개월만에 93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확보하며 시즌제 드라마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지난 3월 김씨네 편의점이 시즌5로 종영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는 “<김씨네 편의점>을 계속 보게 해 달라”는 팬들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종영 이유는 두 공동 창작자의 하차다. 하지만 최근 출연 배우들을 중심으로 “제작진의 다양성 결여가 근본 원인이었다”는 폭로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계 이민자들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였지만 프로그램 결정권을 지닌 제작진의 압도적 다수는 백인 남성이었고, 인종차별·성차별적 장면의 수정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배우와 제작자들 사이 갈등이 누적됐다는 것이다.
포문을 연 것은 아들 ‘정’ 역을 맡은 시무 리우였다. 그는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김씨네편의점은 시청률 부진같은 일반적인 이유로 취소된 게 아니었다”며 “쇼를 계속하지 않기로 선택한건 시리즈의 지적재산권(IP)을 가지고 있는 제작진들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마블 최초의 아시아계 히어로 ‘샹치’로 캐스팅된 그는 헐리우드 진출이 종영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에 의심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이 쇼와 이 쇼가 대변하는 모든 가치들을 사랑했다”며 시즌6 참여 의사가 있었음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제작진은 극중 유일한 백인 캐릭터인 ‘섀넌 로스’(니콜 파워)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핀오프 제작을 원했고, 이는 종영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그는 “니콜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지만 유일한 비아시아인 캐릭터에게 단독 쇼가 주어지는 모든 상황에 분노를 표한다”며 “그들이 물어보지도 않겠지만, 나는 어떠한 역할이든 단호하게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리우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자신의 캐릭터가 납작하게 묘사되는 것에 좌절감을 느꼈다고 했다. 청소년기 아버지와의 불화로 방황했던 정은 성인이 되고 렌트카 회사 핸디에 취직하며 새 삶을 살아보려 한다. 하지만 시즌이 진행될수록 정의 이야기는 극중 상사인 섀넌과의 연애에 집중됐다. 정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지지 않는다.
그는 “TV쇼를 만드는 공동작업에선 (그런 좌절감을 느끼는게) 자연스러운 부분이며 모든 사람들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제작진의 압도적 다수는 백인이었고 출연진들은 생생한 삶의 경험을 가진 아시아계 캐나다인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촬영 불과 며칠 전에야 새 시즌 계획에 대해 들었다”고 했다.
시즌1의 대성공 이후에도 출연진들 처우는 제자리였다. 계약 기간이 2년 연장됐을 뿐 여전히 “쥐꼬리만한 출연료(an absolute horsepoop rate)”를 받았다. 이는 <김씨네편의점>처럼 평단의 호평을 받았지만 시청률은 더 낮았던 TV시리즈 <시트 크릭>과 비교해봐도 박한 대우였다. 그는 “그럼에도 우리는 함께 뭉치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지 못했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것조차 감사하라는 소리를 들었고 배가 뒤집힐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리우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으로 인종적·성적 다양성이 결여된 제작 환경을 꼽았다. 동명의 연극을 집필한 한국계 작가 인스 최가 TV시리즈 극본 작업에도 참여했지만 한국계 이민자들 목소리를 대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인스 최가 빠졌던 시즌3~4에선 성차별·인종차별적 묘사가 정점에 달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시즌5에서부터는 최가 복귀했다. 배우들이 받은 시나리오 초안에는 영미가 피부색과 유사해 알몸처럼 보이는 속바지를 입어 이웃을 당황시키거나, 남편인 상일이 “결혼했다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된다”는 농담하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해당 장면은 윤의 문제제기 이후 최가 삭제했다.
윤은 “만약 이 장면이 방영됐다면 미국 조지아에서 8명의 사람, 6명의 아시아 여성이 증오 범죄로 총격 사망한 후였을 것이다. 이것이 작가진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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