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특히 VC에게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는 어디일까요?
빠르게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주는 스타트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신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기가 참 어렵습니다. 무작정 “우리는 성장 가능성이 높아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어떻게 해야 비즈니스의 성장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대체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요?
시장에서 이미 성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라면 합리적인 근거를 통해 성장 가능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합리적인 근거라는 것은 딱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것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직 시장 진입 전이거나 유의미한 숫자를 보유하지 못한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성장 가능성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1. 창업자의 성공경험
가장 결정적인 한 가지를 꼽자면 그것은 바로 창업자의 '성공 경험'입니다.
'페이팔(Paypal) 마피아'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미국 전자결제시스템 회사인 페이팔이 이베이에 인수된 이후 흩어진 페이팔 출신들은 그 후 각자 다시 창업했습니다. 각각 다른 회사들이었지만 이들은 마치 같은 팀처럼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고, 서포트하면서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기업들로 성장했는데, 페이팔 마피아는 이것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테슬라, 유튜브, 링크드인 등 많은 유니콘 기업들이 이들에게서 탄생했습니다.
최근 한국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들은 '배민 마피아'라고 불리며 혁신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대표와 같이 호흡을 맞춘 멤버들로 배달의 민족에서의 성공 경험을 토대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있지요.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유명 VC들로부터 65억 원을 투자 유치했던 모바일 비대면 세탁 서비스 '런드리고'는 덤앤더머스를 창업해 우아한 형제들에 매각하고 배민프레시 대표를 지낸 경험이 있는 조성우 대표가 만들었습니다. 서비스 출시 한 달만에 그렇게 높은 금액을 투자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뛰어난 사업성과 기술력도 인정받았지만, 무엇보다 우아한 형제들에서의 성공 경험을 보유한 대표에 대한 깊은 신뢰가 뒷받침되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창업자나 창업팀의 성공경험은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에서 중요하고 큰 가치가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성공한 경험이 있다고 해서 또 성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왜 투자금이 몰릴까요?
그 이유는 스타트업의 생존과 관련이 있습니다. 창업 후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데스밸리를 넘지 못합니다. 통계적으로도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1년 생존율은 65%로 창업 후 처음 만나는 데스밸리에서 대부분 사라집니다.
그러나 앞서 성공했던 경험을 가진 창업자는 이렇게도 어려운 데스밸리를 이미 넘은 경험이 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하게 "데스밸리를 넘었다"가 아니라 좋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은 어떻게 하는지, 안정적인 수익모델은 어떻게 구축하는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등 '스타트업이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모든 일들을 이미 해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다시 창업을 하고 데스밸리를 만나도 이전 경험을 바탕으로 잘 극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스타트업에서의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자가 재창업한 스타트업'에 투자금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스타트업의 험난한 여정을 무사히 지나온 창업자의 노하우와 인사이트를 통해 상대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성공한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 출신, 1번이라도 엑싯 경험이 있는 창업자에게는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금액을 유치하거나 투자금이 몰리는 것 또한 같은 이유입니다.
하지만 모든 창업자가 이러한 성공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창업자 중 대부분이 해당되지 않죠.
그럼 성공경험 외에 어떤 것들이 성장 가능성에 근거가 될 수 있을까요?
우선 여러분의 비즈니스와 관련해서 분석과 그에 따른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이때 분석과 대책은 되도록 다각도로 고민할수록 좋습니다. 사실 아래에 말씀드리는 내용들은 투자 유치 목적이기보다는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 창업자의 관련 경험
창업자가 자신의 사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경험이나 관심이 풍부한 것은 성공경험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자신의 사업, 시장, 고객에 대해 많은 경험과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비록 사업에 대한 성공경험은 없더라도 취미든 관심이든 시장에서 스스로 부딪히며 겪어본 경험은 작지 않은 강점입니다.
실제로 취미나 관심사, 라이프스타일, 업무 등 창업자 개인의 경험에서 발견한 페인포인트(Pain Point)나 창업 아이템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 상당히 많습니다. 이때 주의할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면 안 되고, 개인적인 경험과 더불어 충분한 시장 조사를 통해 얻은 근거로 납득할만한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3. 경쟁 전략
먼저 경쟁과 경쟁에 대한 대책으로 설명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장에서의 경쟁자는 어떤 자들이 있는지, 그 경쟁자 사이에서 여러분은 어떤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등 다각도로 분석해서 대책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동시에 여러분의 제품과 서비스는 어떤 방법을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줄 것인지, 그래서 어떻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일 것인지, 거대 자본을 가진 기업이 시장에 들어오면 어떻게 방어를 할 것인지 등 사업을 한다면 당연히 자문해봐야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어야 합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철저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세웠더라도 생각보다 잘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충분히 하고 있다면 투자자는 여러분이 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도 지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것입니다.
4. 시장 규모
그다음은 여러분의 사업과 관련된 시장 규모를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관련 시장이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한 성장성을 가졌고 계속해서 성장 중이라면 이것 또한 성장 가능성의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죠. 바람을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보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훨씬 더 빠르고, 파도를 타야 쉽게 파도가 이끄는 방향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5. 고객 데이터
만약 크게 누적되지 않았더라도 고객 데이터가 있다면 고객과 관련된 숫자들은 중요합니다. 결국 제품/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은 고객이기 때문이지요. 고객의 재방문율, 충성 고객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고객의 비중은 전체 고객 중 얼마를 차지하는지 등 비록 초기이더라도 가급적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꼭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을 습관화하여 데이터를 쌓아두는 것을 추천합니다.
6. 수익 모델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이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증명 방법이 됩니다. 예를 들어 플라이휠(Fly Wheel)로 그려낼 수 있다면 훨씬 쉽게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겠지요. 아무리 뛰어난 능력, 식지 않는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성장하는 매출과 비례해서 지속적으로 써야 할 자원의 규모가 커진다면 성장성이 없는 사업입니다. 사업의 성장 모델이 명확하다면 그에 따른 과제도 명확해지고, 자금의 필요성에도 더 설득력이 생깁니다.
사실 사업 초기에 성장성을 보여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명확한 답도 없고 단 하나의 요소로 설득하기가 쉽지 않지요. 때문에 다각도로 보여주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아무리 실증하기 어려운 미래의 가설이라도 다양한 방향에서 점검하면 조금이라도 더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은 여러분의 사업이 실제로 성장하도록 만들기 위한 분석과 전략적 대책을 스스로 가지는 것임을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투자자들에게 성장성을 증명하는 것은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물입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 피칭에서 기대하는 것
피칭(Pitching)이란 말엔 두 가지 뜻이 있다. 가장 많이 접한 뜻은 아마 야구에서 투수가 타자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을 두고 얘기할 때이지 않을까. 그래서 투수를 영어로 피처(Pitcher)라고 한다.
그리고 던지긴 던지는데 타자한테 던지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업 아이디어를 ‘던지는’ 것도 피칭이라고 한다. 목적은 당연히 사업 투자금을 받아내어 원활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펀딩일 것이다.
이렇듯 초기 사업자에게 피칭은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특히 요즘은 스타트업 관련 전시회나 포럼에서 이런 피칭 행사가 자주 열리는데, 이러한 피칭 이벤트는 대부분 전시회나 포럼의 메인이벤트로 열릴 만큼 중요해졌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피칭 행사에 가끔씩 가보면 놀랍게도 너무나 준비를 하지 않고 와서 마치 받을 돈 받아가는 사람처럼 프레젠테이션 하는 CEO들이 있다. 허름한 차림새야 개성이라 쳐도 피칭하는 태도나 준비 자체도 허름해서야 투자는커녕 투자자들의 시간을 낭비한 대가로 오히려 돈을 내고 퇴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이 스타트업 전시회나 포럼의 피칭 행사에서 기대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5가지 정도만 알고 참가해도 최소한 긍정적 이미지는 ‘던지고’ 올 수 있다.
투자자가 스타트업 포럼의 피칭에서 기대하는 것들
1. 매출, 수익 등의 실적 (Traction)
예전에야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 물 팔아먹듯 아무 실적이 없어도 투자금을 받아냈다고 하지만, 지금 같은 불황기에 실적도 없이 그저 장밋빛 전망만 가지고 투자유치를 기대하기엔 너무나 각박한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코로나 등의 사태로 원자재 부족, 공급망 불안에 직면함에 따라 각국이 금리를 올리고 돈줄을 쥐고 있어 투자자들은 실적이 없는 스타트업에게 투자하기 더욱 부담스러워한다. 따라서 스타트업이 관련 피칭을 준비할 때는 아무리 금액이 적더라도 우리 비즈니스로 매출이나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2. 창업 멤버들의 학력, 경력, 수상 실적 (Team members)
매출이나 수익 등의 실적이 없다면 최소한 예상치는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 실적이 없는 회사의 예상치는 무엇으로 믿을 수 있을까? 결국 창업을 한 멤버들의 이력과 경력을 통해 유추할 수밖에 없다. 이 사업모델을 실행할 만한 과거 경험이 있는지, 또는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만한 창업 스토리나 천재적인 개발자가 있는지 등 창업 멤버들의 이력은 투자유치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피칭에서 본격적으로 제품 소개를 하기에 앞서 왜 우리 창업 멤버들이 뭉쳤는지를 스토리텔링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피칭 기법 중의 하나이다.
3. 현재 트렌드를 반영하는 사업 분야인가? (Business sector)
지금 뉴스를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AI, 모빌리티, 메타버스, NFT 등 초등학생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 단어들은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박사들이 학회 저널에 논문 투고를 할 때도 투고 논문이 현재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으면 게재될 확률이 높아진다. 피칭 때 발표할 아이디어가 이런 현재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굳이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지만 트렌드와 부합할 수 있다면 망설일 필요 없이 언급하는 것이 좋다.
4. 매출 구조가 매력적인 모델인가? (Revenue Model)
구독 경제란 말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구독 경제가 돈을 버는 방식도 이해할 것이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방식이 구독 경제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가 그렇고 요즘엔 자동차 회사들도 구독 모델로 차를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차로 바꿔 탈 수 있게 해 준다. 이렇듯 돈을 버는 방식이 기존의 전통적 모델이 아니라 구독 경제나 공유 경제 같은 새로운 형태라면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일 것이다. 전시회도 입장권 판매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전시회 자체 판권을 수출하여 돈을 벌기도 하는 것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방식의 수익모델이 있다. 투자자가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수익모델이 있다면 피칭할 때 주저 없이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5. 다른 사람들의 평가가 어떤가? (Referrals)
필립 코틀러는 ‘마켓 4.0’에서 초연결 시대에 기업이 마지막으로 할 마케팅은 판매가 아니라 구매한 고객을 ‘추천인’ 또는 ‘변호인’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추천인이나 변호인은 말 그대로 남들에게 자기가 구매한 제품을 추천하고, 그 제품에 비판적인 사람들에게 기업을 대신해 변호해주는 사람들을 말한다. 스타트업의 평판은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투자하려고 할 때 투자자는 그 기업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참고하기 때문이다. 피칭 무대에서 마지막으로 할 일 역시 우리 기업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추가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랑하는 것은 약간 쑥스럽지만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은 쑥스럽지 않다. 적극적으로 추천인의 코멘트를 활용하라.
'VII. 경영학 (Business Administration) > 비지니스학 (Busines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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