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 인문학 (Humanities)/1- 역사 (History)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by hlee100 2022. 1. 2.
반응형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됐을 때 흔히 '이판사판'이라고 합니다. 결과야 어찌 됐든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체념적 의지를 표시하기도 합니다. 이판사판’은 ‘아수라장, 야단법석, 아비규환’과 같이 부정적인 상황을 비유하는 불교 용어입니다. 물론 ‘이판사판’이라는 용어 자체는 없으나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의 합성어이므로 불교에서 유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판(理判)은 이판승을 가리키는 말로 참선.수도.포교 등 불교의 이치를 탐구하는 스님을 뜻합니다. 이판승은 공부승이라고도 합니다. 또 사판(事判)은 사판승, 즉 사찰의 행정 업무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스님을 말합니다. 이판승과 사판승은 수레의 양 바퀴처럼 상호보완적인 관계입니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종단의 운영과 유지가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연구하고 이를 널리 펴는 것과 동시에 사찰이나 종단의 조직을 잘 관리해 불법을 유지.전승하는 일 역시 중요합니다.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그러나 조선왕조의 숭유억불 정책으로 스님은 사회의 최하층으로 전락하게 되었고, 당시 스님이 된다는 것은 신분이 가장 낮은 계층으로 추락한다는 뜻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직도 지속가능하려면 흔들림 없는 이념지향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조선시대에는 사찰이 폐쇄되거나 후원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불교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 본업이 수행정진인 승려도 일부는 경영활동을 해야 했습니다. 불교이념을 수호하며 자(自)수행하는 이판승(理判僧)과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조직을 운용했던 사판승(事判僧)으로 분화됐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유래한 용어인 ‘이판사판’은 사회적 맥락에서 ‘손 쓸 방도가 없이 내몰린 부정적인 상황’을 의미합니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승려가 본업도 놓고 생계 활동에 내몰리게 된 당시 불교의 상황이 이판사판이었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난장인 공사판 같다는 의미를 붙여서 ‘이판사판공사판’이라는 표현을 쓰게 된 겁니다.

또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이판과 현실을 고려하는 사판이 대립할 경우 화해나 절충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끝까지 싸우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 이판사판이라는 것입니다. 요즘의 이판사판은 갈등과 대립의 상황에서 더 많이 쓰이는 말이 돼버렸습니다.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불교에선 이판이 있으므로 사판이 있고, 사판이 있으므로 이판이 있다고 봅니다. 둘은 본질적으론 하나라고도 합니다. 사회적 맥락에서 '이판사판'은 부정적 상황을 상징하는 용어지만 사실 '이판'과 '사판'은 인간의 사회적 역할의 구성요소를 의미하는 용어입니다.

 

[이판사판] 이판사판의 유래

 

 

불교용어인 자(自)수행하는 이판승(理判僧), 조직을 운용하는 사판승(事判僧)과 맥락은 같습니다. 사회를 연구하고 수행하는 자가 이판, 직접 일하고 활동하는 자가 사판입니다. 이판은 사회의 방향을 설계하고 대자연의 감각을 받아 지혜를 여는 역할을 하고, 사판은 사회활동을 하면서 생산하고 기술을 개발하고 자본을 축적하는 역할을 합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