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기법이다. 마치 쥐가 특정한 먹이를 먹으려 다가올 때마다 전기 충격을 주면 더 이상 전기 충격을 주지 않더라도 그 먹이를 기피하게 되는 현상을 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체벌의 의의는 특정 행동을 금지시키는 것보다 체벌을 하지 않아도 그 행동을 알아서 자제하길 바라는 것이다. 쥐에 있어선 분명 이러한 징계에 의한 행동 조절이 뚜렷이 나타나지만, 인간의 심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인데, 강한 규제에 의해선 인간의 행동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1963년에 엘리엇 아론슨과 메릴 칼 스미스가 실험했다.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몇 가지 장난감을 자유롭게 갖고 놀도록 한 후, 특정한 장난감은 손 대지 못하도록 했다. 한 그룹에는 그 장난감에 손대면 큰 벌을 받을 것이라 협박을 했고, 다른 그룹에는 다른 장난감도 갖고 놀지 못하게 하겠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경고를 주었다. 결과는 물론 두 그룹의 아이들이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벌을 받는 것이 무서웠는지, 특정 장난감은 건드리지 않았다. 그런데 두 그룹의 차이가 드러난 것은 몇 주 후였다. 이번에는 별 다른 지시 사항 없이 전과 같은 장난감들을 갖고 놀게 했는데, 강한 협박을 받은 아이들은 3명 중 2명 비율로 금지되었던 장난감을 갖고 놀았던 반면, 약한 경고를 받았던 아이들은 3명 중 1명 비율만이 갖고 놀았다. 만약 강한 금지나 체벌을 통한 협박이 효과적이었다면, 반대의 결과를 얻었어야 한다.
아론슨은 이 아이들이 금지를 내면화했다고 결론을 내렸다. 약한 경고를 받은 아이들은 자기들이 벌 받을까 무서워서 장난감을 갖고 놀지 않았다고 기억하지 않았다. 장난감이 재미없으니까 갖고 놀지 않았던 것 뿐이라고 기억한 것이다. 약한 벌이라도 받기는 싫고, 또 그 벌이 두려워서 피한다고 생각하긴 싫으니까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한 것이다. 이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남아 강한 금지를 당했을 때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아론슨은 이런 현상을 'Internal Justification'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에게서만 입증된 것이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적용이 되는데, 1980년 페퍼와 로울러가 4,058명의 대학생과 교수들을 대상한 조사가 있다. 이들을 대상으로 외적인 보상이 업무에 집중할 때 얼마나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결과는 역설적이게도 높은 보상보다 낮은 보상으로 업무에 임할 때,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왔다.
아론슨이나 여타 심리학자들이 명확히 하지 못한 것은 어떤 수준의 체벌이 'Internal Justification'을 일으키는데 이상적이냐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징계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Internal Justification'을 유도하나 그 수준을 넘으면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다. 상이나 벌을 받을 때, '남이 시켜서 했다'라는 생각보다 '자기가 원해서 스스로 했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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