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사이’ 대통령이 된 이 남자, 알고 보니 본인만 모르는 인터넷 스타였습니다. 한 학생이 몰래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그가 정치인을 ‘까는’ 영상은 인터넷에서 공전의 히트를 칩니다.
물론 현실은 아닙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15년 제작, 주연한 TV 드라마 ‘국민의 종’입니다. 이 드라마는 실제 정치인들의 부패와 협잡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에게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습니다. 젤렌스키는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업고 2018년 ‘국민의 종’ 당을 출범시킵니다. 여세를 몰아 2019년 5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73% 지지를 받으며 진짜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나는 한평생 우크라이나를 웃기는 데 바쳤다. 향후 5년간 당신들이 웃을 수 있게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인이여, 울지 말라.”
배우는 배역을 따라간다고 했나요. 2019년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젤렌스키는 포로셴코 대통령을 꺾고 승리합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단 9%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할 정도로 기존 정치에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죠. ‘부패 척결’과 ‘기득권 세력 타파’라는 구호를 들고 나온 그에게 국민은 열광했습니다. 결선투표 73% 득표율이 이를 증명합니다.
추가로 그는 1978년 우크라이나 크리비리흐(Кривий Ріг)의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할아버지는 소련군 소속으로 2차대전에 참전했었습니다. 1947년생 전기공학자인 아버지 올렉산드르 젤렌스키는 크리비리흐 경제 연구소에서 사이버 네트워크 및 컴퓨터 하드웨어학과 교수로 근무했으며 그의 어머니인 림마 젤렌스카도 공학자이죠. 아버지가 몽골 에르데네트에서 20년간 근무하게 되자 아버지를 따라 몽골에서 4년을 살다가 어머니에게 건강 문제가 생겨 우크라이나로 귀국하였습니다. 10대 시절에는 역도 , 레슬링 , 사교댄스를 배우기도 했고 학교 앙상블의 기타리스트로 있기도 했습니다. 16세 때 이스라엘에서 공부하고자 토플 시험을 보고 자격을 갖추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떠나지 못했습니다. 이후 키이우 국립경제대학에서 경제학 학사와 법학 석사를 취득했으나 법조인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아무튼 정치 경력이 전무한 그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최대 부호이자 ‘국민의 종’이 방영된 채널 ‘1+1’ 소유주 이호르 콜로모이스키가 그의 후원자라는 사실 때문에 더욱 그랬습니다. 젤렌스키 역시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의 꼭두각시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였죠.
러시아와의 관계
젤렌스키가 러시아를 처음부터 적대한 것은 아닙니다. 취임 초 그는 “평화를 위해선 자리도 내놓겠다”면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 및 강제 병합이 만들어낸 동남부 돈바스 지역 내전 종식 의지를 드러냅니다. 그는 러시아가 지원하는 돈바스 지역 분리주의 반군 세력 포로와 러시아가 억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인사 35명의 맞교환에 성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의 평화 구상은 “푸틴에 굴복하지 말라”는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합니다. 대다수 우크라이나 시민의 반러시아 정서는 뿌리가 깊습니다. 2013년 11월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 계획을 철회하고 친러시아로 돌아서자 수도 키이우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反)정부 시위가 일어납니다. 2014년 2월 시위대와 정부군이 키이우 마이단(독립) 광장에서 유혈 충돌한 끝에 정부는 굴복하고 퇴진합니다. ‘마이단 혁명’입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 영향 아래 살기보다는 서방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튿날인 지난달 25일 젤렌스키는 키이우 대통령 집무실 건물 앞에서 참모들과 함께 찍은 영상을 공개합니다. “나는 여기 있다.” 이 한마디로 러시아가 불을 지피던 그의 해외도피설은 잠잠해집니다. 다음날, 그의 안전이 위험하다며 피신차량을 제공하겠다는 미국 제안에 젤렌스키가 “차량(ride)이 아니라 총탄(ammunition)을 원한다”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대피 제안이 실제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보도도 있습니다만 우크라이나는 물론 세계의 가슴을 뛰게 만든 건 확실합니다.
미국의회 연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해 키이우 포기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에 더많은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화상으로 한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키예프) 공습이 날마다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키이우) 포기는 1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전했습니다. 녹색 티셔츠를 입고 그가 등장하자 미국 의원들은 기립 박수를 쳤습니다. 그는 연설의 상당부분을 우크라이나 영공 비행금지 구역 설정 또는 방공무기 지원 호소에 할애했습니다. 그는 태평양전쟁 때 일본군의 하와이 진주만 공습이나 2001년 9·11 테러를 들며, “우리나라는 같은 일을 매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하늘을 죽음의 원천으로 만들었다”며 “나는 우리의 하늘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해 “바이든 대통령, 나는 대통령이 세계의 지도자 되기를 기원한다. 세계의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평화의 지도자가 된다는 뜻이다”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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