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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인문학 (Humanities)/6. 부자학 (Affluent Studies)

[습관의힘]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할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by hlee100 2022.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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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습관은 우리를 어떻게 지배하는가?

[습관의힘]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할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기억 전문가, 래리 스콰이어는 유진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유진이 새로운 행동을 배워 간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유진의 뇌 사진을판독한 결과 그의 기저핵은 바이러스성 뇌염으로 손상을 입지 않았다.그럼 유진은 심각한 뇌 손상에도 불구하고 신호-반복 행동-보상'이란고리를 여전히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일까? 유진이 동네를 산책하고 부엌에서 견과류 봉지를 찾아낼 수 있었던 이유를 이런 신경학적 과정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유진이 새로운 습관을 형성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스콰이어는 어떤 실험을 생각해 냈다. 플라스틱 조각, 밝은 색상의 장난감 부품 등이 섞인 16개의 물건을 직사각형 판지에 풀로 붙인 후에 여덟 쌍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각 쌍에서 하나를 무작위로 선택해 '정답'이라 쓰인 스티커를 바닥에 붙였다."

  스콰이어는 유진을 탁자 앞에 앉히고, 한 쌍의 물건을 준 후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다. 그리고 선택한 것을 뒤집어 바닥에 '정답'이라 쓰인 스티커가 있는지 확인해 보라고 말했다. 이 실험은 보통 기억력을 측정할 때 이용된다. 물건이 16개뿐이고 언제나 똑같은 여덟 쌍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이 몇 번만 해 보면 어떤 물건에 정답'이라 쓰인 스티커가 있는지 쉽게 기억한다. 원숭이도 8~10일 후에는 정답이라 쓰인 스티커가 붙은 물건들을 전부 기억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유진은 실험을 반복해도 '정답'을 하나도 기억해 내지 못했다. 여하튼 실험은 일주일에 두 번씩, 그때마다 40회씩 수개월 동안 계속되었다. 실험을 시작하고 수주가 지난 후, 한 연구자가 실험을 시작하기 전에 물었다.

“오늘 왜 여기에 오신지 아십니까?"

유진이 대답했다.

"모르겠는데요."


"지금부터 제가 선생님에게 어떤 물건을 보여 드릴 겁니다. 혹시 그 이유를 아시나요?"

 

"그 물건들의 모양을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면 그 물건들이 어디에 쓰는 건지 말해야 하는 겁니까?"

  유진은 그 실험을 이미 여러 번 했다는 걸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28일이 지나자 유진이 정답을 선택하는 경우가 85퍼센트가량 되었고 36일 후에는 95퍼센트까지 올라갔다. 어느날 실험이 끝난 후 유진은 자신의 성공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연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선생님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씀해 주실래요? 혹시 이걸 전에 봤던 게 기억나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닌가요?"

  유진은 "아니요"라고 대답하고는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여하튼 머리는 여기에 있는데 내 손이 그렇게 하는 거요"라고 말했다.

  스콰이어는 유진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유진은 신호를 포착했던 것이다. 항상 똑같은 조합으로 그의 앞에 놓이는 한 쌍의 물건이 바로 신호였다. 그리고 그 신호에 자극 받아 반복 행동이 뒤따랐다. 이때의 반복 행동은 그가 어떤 물건 하나를 선택한 후에 바닥에 스티커가 있는지 확인하는 행위였다. 이렇게 행동하면서도 그는 물건을 뒤집어야 하는 이유를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그 행동의 끝에는 보상이 있었다. 그가 '정답'이라고 쓰인 스티커를 찾아낸 후에 얻는 만족감이 보상이었다. 결국 습관 고리가 형성되었던 것이다.

 

  스콰이어가 습관의 증거로 찾으려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실험에서 밝혀졌듯이 유진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나 물건을 몇 초 이상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새로운 습관을 형성할 수 있었다. 유진이 매일 아침 혼자서 산책할 수 있었던 것도 습관으로 설명된다. 그는 산책할 때마다 모퉁이의 나무, 특별한 모양의 우편함 같은 '신호' 에 따라 움직였다. 따라서 자신의 집을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습관이 그를 집 현관까지 인도했던 것이다. 유진이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매일 서너 번씩 아침 식사를했던 이유도 설명된다. 적절한 신호(라디오, 창문으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이 주어지면 그는 기저핵의 시나리오를 기계적으로 따랐던 것이다.

 

[습관의힘]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할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그것 말고도 유진에게는 많은 습관이 있었다. 연구진이 유진의 습관을 조사하기 전까지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것들이었다. 유진의 딸은안부를 물으려고 가끔 부모의 집에 들렀다. 딸은 거실에서 아버지와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는 부엌에 들어가 어머니를 만났고,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건네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딸이 떠나면 유진은 조금 전에 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딸이 자기에게 말 한마디건네지 않고 그냥 갔다고 화를 냈다. 또 잠시 후에는 자신이 화를 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그러나 그런 감정적 패턴이 어느덧 습관으로자리 잡아 유진은 아무 이유도 없이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격렬하게 화를 냈고, 그 분노는 저절로 사그라질 때까지 한동안 지속되었다.비벌리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가끔 남편은 탁자를 내리치며 욕을 퍼부었어요. 왜 화가 났느냐고물으면 '모르겠어, 하지만 화가나서 미치겠어!' 라고 말했어요."

  유진은 의자를 걷어차고, 집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냅다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하지만 몇 분 후에는 미소까지 지으면서 날씨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비벌리는 "일단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동안 쌓인 욕구 불만을 터뜨리고 나서야 끝나는 것 같았어요"라고 말했다.

 

  스콰이어의 새로운 실험에서는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습관이 놀랍도록 섬세하다는 점이었다. 유진의 경우 신호가 조금이라도 변하면습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동네를 산책할 때 도로 보수 공사로 주변 환경이 조금 바뀌거나 똑똑 때문에 나뭇가지들이 인도를 덮었을 경우에는 집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길을 잃었다. 그럴 때는 동네 사람들이 그를 집에 데려다 주곤 했다. 또한 딸이 집을 떠나기 전에 10초라도 이야기를 나누면 유진은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유진을 대상으로 한 스콰이어의 실험은 학습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해도 무엇인가를 무의식적으로 터득하고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입증했다. 그 덕분에 뇌가 작동하는 방법에 대한 과학계의 이해를 혁명적으로 바꿔 놓았다. 유신은 기억과 이성계 과다만이 아니라 습관도 우리 행동의 근원이란 사실을 받아 주었다. 우리는 습관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몸에 배게 되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습관은 우리 뇌에 자리를 잡는 순간부터 우리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그런 사실을 의식조차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유진의 습관을 다룬 스콰이어의 첫 논문이 발표된 이후 습관 형성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하나의 학문으로까지 자리 잡았다. 듀크 대학교와 하버드 대학교, UCLA와 USC, 예일 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및 영국과 독일, 네덜란드의 대학교들에 소속된 학자들은 물론이고, P&G,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수백여 기업체에서 일하는 과학자들까지 달려들어 습관의 신경학과 심리학에 초점을 맞추어 습관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습관이 나타나는 이유와 습관을 고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데 여념이 없다.

[습관의힘]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할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2.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신호는 초코바나 텔레비전 광고 같은 시각적인 자극부터 특정한 장소나 특정한 시각, 감정이나 생각, 특정한 사람들의 모임까지 거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반복 행동은 무척 복잡할 수도 있지만 지극히 단순할 수도 있다(감정과 관련된 일부 습관은 수천분의 몇초로 끝나기도 한다). 보상은 물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음식이나 약물부터, 칭찬이나 자기만족에 수반되는 자부심 같은 감정적인 대가까지 상당히 폭넓은 편이다.

  연구자들은 거의 모든 실험에서 스콰이어가 유진에게서 찾아낸 결론들을 재확인했다. 습관은 강력하지만 섬세하고, 우리 의식과는 상관없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지어 의도적으로 만들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습관은 우리 허락 없이 나타나지만, 세 부분 중 하나라도 손보면 언제라도 바꿀 수 있다. 습관은 일반적인 생각보다 우리 삶에 훨씬 많은 영향을 미친다. 습관은 우리 뇌를 상식적인 판단을 비롯해 모든 것을 무시하고 오직 그 습관에만 매달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무척 강력하다.

  예컨대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의 연구자들은 한 실험에서 어떤 신호에 반응해서 스위치를 누르는 게 습관이 될 때까지 쥐들을 훈련시켰다. 쥐들이 성공할 때마다 보상으로 먹이를 줬다. 그 후 연구자들은 먹이에 유독성 물질을 넣어 고통을 느끼게 하거나, 쥐들이 먹이에 다가가면 바닥에 전기를 흘려보내 충격을 줬다. 쥐들은 먹이와 실험용 우리가 위험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독성 물질을 넣은 먹이를 먹지 않았고, 전기가 흐르는 바닥 근처로 가지 않았다. 하지만 습관 훈련 때와 똑같은 신호를 주면 쥐들은 기계적으로 스위치를 누르고 먹을 것을 먹거나 전기가 흐르는 바닥을 지나갔다. 그렇게 행동하면 구토를 하고 전기 충격에 펄쩍 뛰었지만, 신호에 대한 반응은 변하지 않았다. 습관이머릿속에 깊이 배어들어 쥐들이 자신을 통제할 수 없었던 것이다."

 

[습관의힘] 습관이 우리를 어떻게 지배할까?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인간 세계에서 유사한 경우를 찾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패스트푸드를 예로 들어 보자.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이들이 배고프다고 칭얼거릴 때, "그래, 이번 한 번만!" 하며 맥도날드나 버거킹 앞에자동차를 세운다고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음식 값도 싸고 맛도 있다. 가공한 고기, 짭짤한 감자튀김, 달콤한 청량음료를 한 번쯤 먹는다.고 건강이 뭐 얼마나 나빠지겠는가? 만날 그렇게 먹는 것도 아닌데.

  그러나 습관은 우리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부지불식간에 나타난다.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가족은 패스트푸드를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한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한 달에 한 번 정도가던 것이 어느새 일주일에 한 번이 되고, 다시 일주일에 두 번이 되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정도로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먹는 지경에 이른다. 노스텍사스 대학교와 예일 대학교 연구진은 가족의 식사에서 패스트푸드 섭취량이 차츰증가하는 이유를 연구해서 "그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신호와 보상을 찾아냈다. 달리 말하면 습관 고리를 찾아낸 것이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한다.

  예컨대 맥도날드 매장은 어디에서나 똑같아 보인다. 맥도날드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매장의 구조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이 손님을 대하는 말투까지 규격화했기 때문이다. 맥도날드에서는 모든 것이 소비자에게햄버거를 먹으라고 자극하는 신호다. 이런 체인점 음식은 소비자에게즉각적인 보상을 줄 수 있도록 특별히 가공되어 있다. 예컨대 감자튀김은 혀에 닿는 순간 흐물거리도록 조리된다. 그래야 소금 맛과 튀김 맛이

  최대한 빠르게 전달되어 쾌락 중추(pleasure center)가 반응하며 뇌를 신속하게 그 패턴에 가둬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습관 고리는 좁을수록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런 습관들도 무척 섬세하다. 패스트푸드점이 문을 닫으면다른 매장을 찾아가는 가족들보다 집에서 저녁을 먹기 시작하는 가족들이 더 많다. 작은 변화만으로도 그 패턴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습관 고리가 뇌 속에서 점점 굳어지는데도 그런 패턴이 우리에게 존재한다는것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습관 고리를 깨뜨릴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신호와 보상을 인식하는 법을 배우면 반복 행동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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