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외로움의 정체, 외로운 이유, 외로움 종류 정리
1. 외로움과 고독의 구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가 찬미하는 ‘고독’
“너의 고독 속으로 달아나라! 위대한 일은 한결같이 시장터와 명성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한나 아렌트,
“고독 속에서 나는, 나 자신과 함께 있는, ‘홀로’이다. 그러므로 하나-속의-둘(two-in-one)이다. 반면 외로움 속에서 나는, 모든 타인들에 의해 버려진, 그야말로 하나(one)다.”
<전체주의의 기원>
하이데거의 ‘고독’
“타인의 지배 아래에 놓여 있는 일상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온 유한하고 고독하며 불안으로 가득 찬 세계, 그곳이야 말로 우리의 본래적인 세계이며, 그곳에서 비로소 우리는 존재의 의미를 밝힐 수 있다.”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알랭 바디우
기존의 지식과 언어로는 설명될 수 없는 ‘사건’을 경험하고 그 ‘진리’에 관통당한 자가 그것에 충실하기를 고집하면 고독에 처해질 것이다.
한나 아렌트는 소크라테스에게서 고독을 보았다. 소크라테스의 잘 알려진 기벽 중 하나는 길을 가다 갑자기 멈추고 생각에 잠기는 것이었다. 고독의 시간이 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때 그는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대화를 시작한다. 고독의 시간에 찾아오는 자기 자신과의 대화, 나 스스로와 친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시험대에 오르는 이 대화를 아렌트는 ‘생각하기’라고 부른다. 생각한다는 것은 하나 속에 둘이 형성되고, 하나인 내가 그 속에서 둘로 분열되고, 나 자신을 대면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나는 나 자신과 관계를 맺는다.
홀로 있는 시간이 고독에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홀로 있다고 해도 고독이 저절로 찾아오는 건 아니다. “외로움은 내가 하나 속 둘로 분열될 줄 모르면서, 나 자신 곁에 있을 줄 모르면서, 홀로 있을 때 생긴다”라는 아렌트의 말처럼, 외로운 사람은 단지 홀로 있는 사람이 아니다. 자기 자신을 인생의 동반자로 삼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외로운 사람이다.
하지만 자신을 동반자로 삼는다는 것, 즉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하기’에는 엄격한 기준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과의 일치, 즉 일관되는 것이다. 그래야만 나는 자신의 친구일 수 있다. 역으로 자기 자신과 모순되는 것은 자신의 적이 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자신과 적이 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고, 그렇기에 자기 자신과 불일치하느니 차라리 세상과 불일치하는 게 낫다고 말했던 것이다.
인간에게 자신은 피해갈 수 있는 타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그는 나와 같은 집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바로 그 한 지붕 밑 동료와 같이 지낼 수 있는 능력이 주어져 있다. 아렌트는 그 능력을 바로 '생각하기'라고 불렀다.
외로운 사람은 ‘생각하기’와 고독의 시간을 회피하는 사람이다. 즉, 외로움은 고독의 회피다. 그것을 피하고자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려고 하며, 홀로 있을 때는 오락에 몰입한다. 알다시피 오늘날 그 소통과 오락의 도구는 하나로 통일되었으며, 흥미롭게도 사람들은 그 도구를 스마트하다고 부른다. 고독은 어쩌면 현대 사회가 선사한 새로운 관계적 자원일지도 모른다. 영국의 사회학자 기든스는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온갖 외적인 전통이 해체된 오늘날 부상하고 있는 관계를 '순수한 관계'라고 불렀다. “순수한 관계란 외적 기준들이 해소된 관계다.” 어쩌면 고독을 장착한 인간이야말로 이 순수한 관계를 향유할 역량이 있는 인간 아닐까?
하지만 고독은 손쉽게 장착되지 않았다. 고독과 사회 사이에서 언제까지나 갈등하고 동요했던 루소의 인생이 이를 잘 보여준다. 루소의 책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은 이렇게 시작한다.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혼자다. 더 이상 형제도, 가까운 사람도, 친구도, 사람들과의 교제도 없고, 오직 나 자신뿐이다.” 그는 언제나 사회와 교제를 원했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생각하는 인간이었고, 고독했다.
고독과 외로움은 인간의 정서 중에서 부정적 감정에 속하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이 둘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고독과 외로움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고독과 외로움을 비슷한 유형의 감정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둘은 엄연히 다른 감정 상태다. 어떻게 다를까? 고독(孤獨)은 ‘홀로 떨어져 있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로움은 ‘마음이 쓸쓸한 상태’를 뜻한다. 군중과 떨어져 혼자가 되면, 다시 말해 고독한 상태가 되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고독과 외로움은 관련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일한 감정은 아닙니다. 고독은 세상과 떨어져서 홀로 있는 것이고 외로움은 홀로 되어 마음이 쓸쓸한 상태다. 고독이 '세상과의 단절' 때문에 생긴 감정이라면, 외로움은 '관계가 단절'되었을 때 찾아오는 감정이다.
핵심은 세상과의 단절이냐 관계의 단절이냐의 차이다. 로빈슨 크루소처럼 무인도에 혼자 있으면 고독한 상태가 된다.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군중 속에 있으면 고독하지는 않지만 외로움을 느낄 수는 있다. 다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된 경우에는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가령, 부부가 같은 집에 살아도 하루 종일 한마디도 하지 않으면 외롭다. 집단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사람은 홀로 떨어진 고독한 상태는 아니지만 관계의 단절로 인한 외로움은 느낄 수 있다.
2. 누가, 언제,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1. 청년
실제 청년 1인 가구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보니 하루 24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여럿이 모여 사는 다인 가구나 중장년층(40살 이상) 1인 가구와 확연히 달랐다. 20~39살 1인 가구의 1일 시간일지 637건을 분석한 연구 ‘청년 1인가구의 사회적 관계'(보건사회연구·2018)를 보면, 청년 1인 가구가 하루 24시간 중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은 불과 1시간14분에 그쳤다. 이는 다른 유형 가구의 55~60% 수준이다. 청년 다인 가구는 2시간2분, 중장년 1인 가구는 2시간2분, 중장년 다인 가구는 2시간18분 등 하루 중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 평균 2시간 이상이었다. 여럿이 함께 사는 가구나 중장년 1인 가구에 비해 청년 1인 가구는 일상에서 가족을 포함한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이 눈에 띄게 적었다. 하루 24시간 중 사람을 만나는 시간이 다른 유형 가구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반면, 청년 1인 가구는 공부하는 시간, 돈 벌며 일하는 시간이 다른 유형 가구들의 평균치보다 컸다. 공부 등 학습시간은 청년 1인 가구는 평균 1시간22분으로, 평균 25분인 다른 가구에 견줘 상당히 두드러졌다. 임금노동 시간 역시 청년 1인 가구가 다른 가구 평균보다 하루 32분 길었다. 이 조사에서 분석한 청년 1인 가구의 73%는 현재 일을 하고 있었고, 21.4%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소득은 분석 대상의 88%가 300만원 이하였다.
1인 가구 100명 중 36명은 39살 이하 청년층이며 이들이 하루 중 타인과 함께 있는 시간이 평균 1시간14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상당수의 젊은이가 위급할 때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거나,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는 등 사회적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전문가는 해석했다. 청년 1인 가구가 타인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서만 누릴 수 있는 재화인 ‘관계재’ 획득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나 행복감을 좌우하는 관계재는 많이 획득할수록 삶의 만족도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개인이 스스로 생산하거나 소비할 수 없기 때문에 공공재나 사유재가 아닌 제3의 재화로 명명되며, 관계재는 그 자체만으로 경제적 재화를 창출한다고 알려져 있다. 어떤 이는 관계재를 획득하기 위해 소득이나 이윤을 포기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노혜진 케이씨(KC)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타인과 지내는 시간이 적은 청년 1인 가구는 관계재의 획득이 취약하고 이는 삶의 만족도나 행복감 역시 낮을 가능성으로 이어진다”며 “청년이 겪는 사회적 위기가 고용이나 주거에 국한된 것만이 아니며 사회적 관계망 등 여러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타인과의 교류는 적어지고 삶의 행복감을 좌우하는 관계재는 부족한데, 치열한 취업시장 등 경쟁은 더욱 심화되니 젊은이들의 정신 건강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지난해 7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20대 젊은이 2613명을 대상으로 ‘고독지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매우 고독하다’(14.9%), ‘고독한 편이다’(43.6%) 등으로 58.5%가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고독감을 겪는 이들은 자주 공허함을 느끼거나 외로움을 느끼고, 가능하면 혼자 있고 싶거나 사람 만나는 것이 불편하고 두렵다고 했다. 또한 나만 불행한 것 같아 우울한 점,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점 등을 주요 증상으로 꼽았다.
20대들은 고독감을 느끼는 이유로 더욱 치열해진 무한경쟁(44.8%), 금수저와 흙수저를 가르는 사회 양극화 현상 심화(35.4%), 높아진 취업 문턱(33.6%) 등을 꼽았다. 타인에게 무관심한 사회(19%)나 온라인 중심 인간관계(17.7%), 나를 우선시하는 개인주의 문화(16.3%)가 팽배한 것도 이유로 들었다.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트렌드(3.1%)가 고독감을 부추긴다고 답한 응답자도 있었다.
2. 노년
독거노인이 외로움을 흔히 느끼는 이유는 배우자가 먼저 사망하거나 친한 가족이나 친구의 상실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혼자 살게 될 경우, 또는 자식이나 가족이 지리적 으로 떨어져 살면서 노인에게 흔히 생길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나 일상생활에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족으로부터 도움 혹은 정서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독거노인은 배우자와 같이 살고 있는 노인보다 일반적인 건강상태가 더 나쁘고 우울이나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고 조사되었으며 지역 노인 복지관에 다니 는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독거노인의 33.3%가 고독함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독거나 사회적 고립이 항상 외로움을 야기하는 것 은 아니며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 사이에 상관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부갈등이 있거나 친구관 계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오히려 자율신경계의 활성도가 높 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의 상승을 야기하지만 혼자 있는 동 안 외로움보다는 정서적인 안정을 찾는다는 보고가 있다. 사람에 따라 혼자 지내는 것을 더 편하게 느낄 수 있으며 종 교활동을 하거나 사교모임을 하는 것이 때로는 역설적으로 사람과의 갈등과 고립감을 야기할 경우도 있다. 따라서 독 거 자체보다는 다른 위험요인 또는 보호요인이 상호작용하 여 외로움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있다. 노인에게서 외로움은 나쁜 건강상태, 사별한 여성, 독거상 태, 불편한 거동과 관련이 있으며 Cohen-Mansfield 등은 성별, 나이, 결혼상태, 취직여부, 학력수준, 수입, 도시 거주 가 외로움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Domenech-Abella 등은 사회관계망의 형태와 크기, 그리고 우울증이 노인의 외로움과 연관이 있으며 특히 우울증과 외로움은 서로 영향 을 주고 받는다고 하였다. 사회문화적 차이에 따라 관련 요인도 차이를 보이는데 집단주의적 경향이 강한 국가에서 는 가족관계가 외로움과 연관성이 높았고 개인주의적 경향 이 강한 국가에서는 친구관계가 외로움과 연관성이 높았 다. 최근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우울증이 없고 사회네트워크 기능이 좋을 수록 외로움의 위험이 낮 지만 수입이나 교육수준, 연령은 외로움과 연관성이 없었 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지역사회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에서는 만족도와 거주기간이 노인의 외로움에 가장 큰 영향 을 주었다.
3. 다각적분석
- 문화적
문화는 두가지 의미에서 외로움의 원인으로 논의된다. 이민자는 고향 문화를 잃었기에 외로움을 탈 수 있다. 연구는 이러한 영향이 집단문화 성격의 아시아 국가 출신 학생들에 훨씬 개인주의적인 영어권 국가 대학에 들어갈 때 특히 강할 수 있다.또한 계몽주의(enlightenment)가 오래된 공동가치를 넘어서 개인주의를 칭송하기 시작하면서 서구문화가 외로움에 기여하였다는 차원에서, 문화는 외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 의미있는 관계의 결여
많은 사람들에게 원가족(family of origin)은 평생 가지고 갈 신념체계나 사랑하는 이의 사망 후 추억할 거리를 만드는데 필요한 관계를 형성하는 신뢰를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양육 스타일, 전통, 인격장애(personality disorders)와 학대적 가족 환경 등의 정신건강 문제 때문일 수 있다. 때론 종교적 기피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자신을 알고, 자신을 평가하며, 타인과 관계 맺는 능력에 나쁜 영향을 주거나, 그렇게 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이런 요인들과 기타 다른 요인들은, 친구나 가족과 어울리라거나 사회활동을 하라는 모범적인 의학적 충고 혹은 심리학적 충고에 의하여 간과되기 쉽다. 사귈 사람이 없거나, 혹은 대인관계 기술이나 지식이 없어서 타인과 연결할 능력이 없을 때에는 항상 가능하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양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대인관계 기술 부족으로 인한 실패나 거절을 맛보게 됨으로써 좌절하거나 냉담해지게 된다.
외로움이 신체와 정신에 끼치는 해로운 효과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전 연령대별로 외로움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특히 노년층에서 더욱 그러하다. 인간은 연결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한데, 모든 사람들이 특히 전자기기에 집중하는 이때에, 이러한 일은 하나의 도전이다.
- 관계 상실
외로움은 일시적이긴 하지만 매우 흔한 이별이나 사별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삶에서 중요한 사람을 잃는 것은 슬픔을 자아낸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기 마련이다. 외로움은 소속된 사회 집단이 파괴될 때 발생하기도 하며, 때론 유학이나 취직으로 인하여 고향을 떠났을 때 발생하는 향수병과 함께 오기도 한다.
- 상황적 외로움
모든 상황과 사건은 외로움을 일으킬 수 있으며, 특히 민감한 사람들의 특정 성격적 특성(personality traits)에서 더욱 그러하다. 예를 들어, 매우 사교성 좋은 외향적 성향의 사람은 사귈 사람이 적은 인구밀도 가 낮은 곳에서 살면 외로움을 느낀다. 또한 외로움을 줄여준다고 알려진 사건들이 외로움을 유발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출산의 경우 산후우울증(postpartum depression)이나, 결혼 후 결혼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이전 관계를 파괴하거나 정서적으로 냉담해진다. 외부 사건으로 영향받는 경우, 외로움은 종전에 가지고 있던 임상우울증(chronic depression)이나 불안(anxienty)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로 악화되기도 한다.
- 자기영속적 외로
장기적인 외로움은 과각성(hypervigilance)이나 사회적 어색함(social awkwardness)과 같은 부적응적 사회인지(maladaptive social cognition)를 유발한다. 이는 기존 관계를 유지하거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다양한 연구는 이러한 부적응적 인지를 처리하는 치료법은 외로움을 줄이고자 개입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항상 누구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 사회적 전염
외로움은 질병처럼 사회집단으로 확산되기도 한다. 이러한 확산의 기제는 임상적외로움에서 오는 부적응적 인지를 수반한다. 어떤 이유에서 친구를 잃은 사람은 외로움이 증가하여서 다른 친구를 지나치게 필요로 하거나 의심하는 부적응적 인지를 일으킨다. 만약 남은 친구들마저 계속 끊어지게 되면, 사람과의 연결이 끊어지게 된다. 다른 친구들도 외로워지게 되고, 외로움이 물결처럼 번진다. 그러나 연구들은 이러한 전염이 지속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조금 외로워졌다고 해서 부적응적 인지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친구를 잃으면 새로운 친구를 사귀거나 기존 관계를 깊게 할 수도 있다.
- 인터넷
연구들, 특히 인터넷 사용이 확산되기 전의 1990년대부터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들에서, 과도한 인터넷 사용과 외로움 간의 연관성을 찾아왔다. 그러나 인터넷 사용과 외로움 간의 연관성이 단순히 외로운 사람들이 인터넷에 더 끌리게 된 것의 결과인지, 혹은 인터넷이 실제로 외로움을 일으키는지에 관하여 시행한 연구들을 통해서 정반대 결과가 도출되었다. 전위가설(displacement hypothesis)은 일부 사람들이 현실의 대인관계에서 자신을 벗어나는 길을 택하여서 인터넷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은 불안과 우울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데 불안과 우울은 외로움을 일으키는 증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대인관계를 쉽게 하고 사람에게 힘을 불어넣는 인터넷의 효능에 의해 상쇄될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최소한 몇몇 유형의 사람들에게 있어 외로움의 원인이라고 하였다.다른 연구들은 인터넷 사용이 외로움을 줄이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2015년 이후 메타연구와 리뷰의 저자는 외로움과 인터넷 사용 간의 양방향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논의하였다. 과도한 인터넷 사용, 특히 수동적인 인터넷 사용은 외로움을 늘릴 수 있다. 반면 단순히 수동적으로 컨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함께 하는 사용자가 적절히 인터넷을 사용하면 사회적 연결이 강화되고 외로움을 줄일 수 있다.
- 유전자
2016년 외로움에 대한 첫 전장유전체(genome-wide) 연관성연구(association study)는 외로움의 유전성은 14-27%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유전자가 외로움을 얼마나 느낄지를 결정하지만, 개인의 경험과 환경보다는 그 요소가 적다. 그러나 이전의 소규모 연구들에서는 외로움이 37-55% 정도가 유전이라고 보았다.
- 기타
통근 시간이 긴 사람은 다른 건강 부문에 있어서도 부정적 영향을 받지만 외로움을 크게 느낀다고 보고되었다
정법강의에서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 없을 때 (자신의 공부 방향을 못잡았을 경우), 이 공부가 끝난 후에는 자신의 할 일을 찾지 못하였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한다.
4. 유형
외로움의 두 유형은 사회적 외로움(social loneliness)과 감정적 외로움(emotional loneliness)이다. 1973년 로버트 웨이스(Robert S. Weiss)가 자신의 저서 『외로움 : 감정적 사회적 고립의 경험(Loneliness: The Experience of Emotional and Social Isolation)』에서 이렇게 정의하였다. 웨이스는 감정적 외로움을 충족시키는 것은 사회적 외로움을 위한 균형추가 될 수 없으며 그 반대도 그러하기에, 두 유형의 외로움은 각자 측정되어야 한다고 한데서, 외로움을 가루거나 이해하려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 두 유형을 각자 다뤄온 편이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었다
- 사회적 외로움
사회적 외로움은 사회 네트워크(social network)가 넓지 못하여 겪는 외로움이다. 자신이 어느 한 공동체에 속하였다든지,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나 동지가 있다든지 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 감정적 외로움
감정적 외로움은 타인과 깊고 서로 성장하는 관계가 없을 때 발생한다. 웨이스는 감정적 외로움을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에 연결시킨다. 누구나 깊은 애착에 대한 욕구가 있으며, 이는 가까운 친구를 통해 충족되지만, 부모나 연인, 부부와 같은 가까운 가족구성원을 통하여서 더 충족된다. 1997년 엔리코 디토마소(Enrico DiTommaso)와 배리 스피너(Barry Spinner)는 감정적 외로움을 로맨틱 외로움(romantic loneliness)과 가족적 외로움(family loneliness)로 분류하였다.
2019년 연구에서는 감정적 외로움이 독거노인의 사망 가능성을 상당히 높인다고 발견하였다. 반면 사회적 외로움으로 인한 사망가능성 증가는 보이지 않았다.
- 가족적 외로움
가족적 외로움은 가족구성원 간의 가까운 연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1,00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2010년 연구에서는 로맨틱 외로움이나 사회적 외로움이 아닌, 가족적 외로움만이 자해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 로맨틱 외로움
로맨틱 외로움은 연인이나 부부와의 연결이 부족한 청소년과 성인들이 경험한다. 심리학자들은 전념할 수 있는 이성관계를 만드는 것이 청년에게 있어 중요한 발달과업이지만 대부분이 이를 20대 후반으로 미룬다고 주장해 왔다. 로맨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관계가 감정적 친밀함을 제공한다는 조건 하에서 독신보다 외로움을 덜 느낀다. 그러나 불안정하거나 냉랭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로맨틱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 기타
이외에도 다른 유형의 외로움이 있다. 예를 들어, 존재적 외로움(existential loneliness), 위험한 우주 한 가운데에서 느끼는 우주적 외로움(cosmic loneliness), 이민자로서 고향 문화를 그리워하는 문화적 외로움(cultural loneliness)이 있다.이러한 유형들은 사회적 외로움, 로맨틱 외로움, 가족적 외로움라는 세 유형에에 비하여서 덜 연구되었다. 그로나 외로움을 느끼는 하위집단들에 대한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 봉쇄 외로움
봉쇄 외로움(Lockdown loneliness)은 코비드-19 팬데믹이나 이와 유사한 긴급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조치로 인한 사회적 단절로 인하여 발생하는 외로움을 말한다.
3. 영국, 일본의 국가적 대책 사례
1. 영국
고독 문제를 평생 과업으로 삼으려 했던 조 콕스 의원은 4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영국 정부는 이 보고서 발간 한 달 뒤 고독부 장관 신설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2018년 10월 ‘대(對)고독 전략’이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고독 퇴치 예산으로 2000만 파운드(약 325억 원)를 책정했다. ‘고독’이 실제로 의료비나 경제를 압박할 것을 막는다는 취지다. 런던정경대 2017년 발표에 따르면 ‘고독’이 유발하는 의료 비용은 10년간 1인당 6000파운드(약 970만 원)로 추계됐다. 공공의료가 무료인 영국에서 1차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진료 중 20%는 의료가 필요한 게 아니라 고독해서 찾아오는 환자들이라는 보고도 있었다.
영국 정부는 2023년까지 전국 건강의료시스템에 ‘사회적 처방’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의사가 ‘의료’가 아니라 ‘사회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활동가에게 연락해 상황에 따라 지역 활동에 참가하도록 돕거나 케어를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조사에서 16∼24세 젊은이가 가장 빈번하고 강하게 고독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오자 2020년도부터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커리큘럼에 고독 학습을 넣기로 했다.
영국 정부가 주도하는 ‘고독에 대해 말하자’ 캠페인도 시작됐다. 정부 보고서는 ‘고독은 오명(stigma)’이라는 생각이 고독 극복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고독하다고 인정하면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거나 ‘남을 귀찮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고독을 끝내는 캠페인’ 웹사이트에는 고독 대처법이 실려 있다. 그 첫걸음은 ‘고독에서 벗어나려면 고독하다고 느끼는 자신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을 바라는가 생각해 본다’, 예컨대 친구 혹은 가족이 와줬으면 하는지. 이 외에 자신을 위한 일을 한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 간단한 운동을 한다, 무언가 활동에 종사한다, 지역 소식을 알아본다, 지역 복지서비스 담당자와 상담해 본다, 자원봉사 등 가진 기술을 타인과 공유한다 등 구체적인 행동을 권하고 있다.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시도로는 연금생활자와 집이 없는 젊은이들이 공동생활을 하는 ‘셰어드 라이브스(Shared Lives)’, 퇴직자와 실업한 남성들이 목공이나 전기제품 수리 등의 작업을 함께하는 ‘멘스 셰드(Men‘s Shed)’, 난민들이 인근 주민들과 교류하는 ‘호스트 네이션(HostNation)’ 등의 서비스가 소개된다. 이런 서비스를 통해 고독한 사람을 사회에 끌고 나와 머물 곳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고독한 고령자에 대해서는 ‘말을 걸어본다’ ‘대신 물건을 사러 간다’ ‘우편물을 보내준다’ ‘자선조직 자원봉사가가 된다’ 등을, 고독한 젊은이에 대해서는 ‘이쪽에서 만날 기회를 만든다’ ‘고독에 대해 말할 장소를 지역에서 찾도록 돕는다’ ‘듣는 역할을 해준다’ ‘바쁜 듯한 사람이 고독할 수도 있음을 의식하며 접촉한다’ 등의 대응을 권한다.
2. 코로나 이후 자살 증가 일본도 고독부 장관 임명
고독사와 은둔형 외톨이 등으로 고심해 온 일본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여성과 청소년 자살이 늘자 ‘고독고립 대책담당상’을 만들었다. 세계 최고의 고령화율을 가진 일본에서는 일찌감치 고독사 방지를 위한 노력이 대대적으로 이뤄졌다. 수십만 명에 달한다는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문제도 일본 사회가 떠안은 숙제가 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여성과 청소년 자살마저 늘자 위기의식이 고조됐다. 1월 22일 경찰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자살자 수는 2만919명으로 1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2월 일본 정부는 영국을 벤치마킹해 내각관방에 ‘고독·고립대책담당실’을 설치하고 이 업무를 사카모토 데쓰시(坂本哲志) 지방창생 담당상에게 맡겼다. 세계 두 번째 고독담당 장관이다. 6월에는 영국과 일본의 고독담당 장관이 온라인 회담을 갖고 “팬데믹이 고독 문제를 심각화했다”며 “가족과 친구, 이웃 등과의 ‘유대’가 고독을 극복하는 첫걸음이고 양국은 정책으로 이를 강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합의하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고립을 측정하는 지표로 타인과의 대화 빈도, 의지할 사람 유무, 자신이 돕는 상대 유무, 사회활동에 대한 참가 상황 등을 사용해 왔다. 2017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 조사에서는 대화 빈도가 ‘2주일에 한 번 이하’라고 답한 사람의 15%를 65세 이상 독신 남성이 차지했다. 이어 65세 이하 독신 남성이 8.4%였다. 현역 세대에서도 독신 남성, 저소득층일수록 고립에 빠지는 경향이 있었다.
후지모리 가쓰히코(藤森克彦) 일본복지대 교수는 “1인가구가 늘어가는 대도시권에서 고립을 예방하려면 주민이 즐겁게 교류할 수 있는 장소와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 구축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은 수입을 얻을 뿐 아니라 일터에서 인간관계가 이뤄져 고립 방지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4일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에서는 노다 세이코(野田聖子) 지방창생상이 고독고립 담당상을 겸직한다. 벌써부터 “코로나 사태로 원치 않는 고독이 늘고 있다. 즉각 예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망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은 2016년 현재 고령화율 18%, 2040년 25%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기준 28.7%로 고령화가 더욱 진척돼 있다. 한국은 현재 고령화율은 16.5%지만 진행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빠르다. 여기에 급격한 가족 구조의 변화로 현재 고령자의 3명 중 1명인 1인가구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 고립을 막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하버드대에서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75년간 종단연구(동일한 연구 대상을 오랜 기간 계속 추적하면서 관찰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정신과 교수인 로버트 월딩어 박사에 따르면 그 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친밀하고 좋은 인간관계’다. 고독의 정반대 상태다.
'I. 인문학 (Humanities) > 11. 에세이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무엇이 되어도 좋다 (0) | 2022.06.02 |
---|---|
[명언]좋은글귀 (0) | 2022.02.05 |
[에세이] 책임감의 힘 (0) | 2021.06.18 |
에세이(essay)의 뜻이 무엇일까? (0) | 2021.06.12 |
체벌은 필요한가? (0) | 2021.06.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