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4] '매트릭스:리저렉션' 줄거리, 결말, 숨겨진 해석 총정리
20세기말, 모든 것이 새로웠던 SF영화가 나왔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모두 세 편이 나온 ‘매트릭스’(Matrix) 시리즈다.
인간이 인공지능(AI)의 지배 아래 놓여있으며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은 모두 AI가 만든 가짜라는 파격적인 설정 안에 《시뮬라크르&시뮬라시옹》, 《반야심경》, 《장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성서》을 인용한 철학적 테마로 채웠다. 이를 재패니메이션, 누아르, 고전적 사이버펑크, 가상현실, 쿵후를 포괄한 그전까지 보지 못했던 시각적 충격을 안겨줬다.
그 이후 18년,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매트릭스: 리저렉션’이 나왔다. 그 사이 세상은 빠르게 변했고, 당시의 혁신 중 상당수가 현재에는 당연한 것이 됐으며 20대 중에선 그 시절의 열광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아졌다. 시리즈를 창조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어떤 얘기를 하고 싶어서 매트릭스를 다시 꺼내들었을까.
영화는 3편인 ‘매트릭스: 레볼루션’ 이후 약 60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AI가 거대한 가상의 현실인 매트릭스를 재부팅하고, 인류를 구한 뒤 소멸했다고 알려졌던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게임 개발자 ‘토마스 앤더슨’으로 살고 있다. 죽은 줄 알았던 트리니티(캐리 앤 모스 분)도 세 아이의 엄마인 중년 여성 티파니로 살아 있다. 네오는 직접 만든 3부작 게임 ‘매트릭스’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게임 속 스토리로 녹아 있는 전 시리즈에서 겪은 사건들이 진짜가 아니라 믿고 산다.
하지만 네오의 진짜 기억이 일상을 파고들면서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별하지 못해 헷갈리고, 이 때문에 자살을 시도했다. 심리치료사인 애널리스트(닐 패트릭 해리스 분)는 게임과 현실의 착각이라며 파란 알약을 준다. 그러던 중 그의 앞에 인간 저항세력의 리더인 모피어스(야히아 압둘 마틴 2세 분)가 나타나 빨간 알약과 파란 알약을 들고 둘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1편에서 그랬듯 말이다. 네오 역시 1편에 이어 또 빨간 약을 먹고, 미스터 앤더슨에서 네오로 각성한다.
18년만에 돌아온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워쇼스키 감독은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철학적 물음을 다시금 날카롭게 들이민다. 영화는 모피어스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는 초반부터 저항군 멤버인 벅스(제시카 핸윅 분)의 입을 빌려 ‘우리가 선택한다고 믿는 건 환상일 뿐, 뭘 선택해야 할지 넌 이미 알고 있다’며 인간의 자유의지를 강조한다. 안락한 일상에 만족한 채 어떻게 살아가는지 의미를 잃어버린 삶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도 강렬하다. 다만 이번엔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통한 평화를 말하며, 대립과 해방을 강조했던 전작들과 다른 노선을 탄다.
특히 매트릭스 게임의 개발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셀프 패러디와 메타 비평을 집어넣으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경계를 흐트러뜨린다. 네오와 동료 개발자들이 게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매트릭스는 복잡한 철학과 정치학이 매력이며, 난해해야 한다고 나누는 대화를 보고 있으면 관객들이 실재와 허상의 구분이 모호한 공간 속에 밀려온 느낌이다.
시리즈의 팬들이 반가워할 요소도 많다. 세로로 흘러내리는 녹색 글자가 각종 형상을 만들어내는 연출을 비롯해, 1편에서의 쿵푸 대련이나 3편의 네오와 스미스요원 간 결투 등 익숙한 장면들의 오마주가 곳곳에 배어 있다. 1편에서 트리니티의 믿음으로 네오가 각성했던 흐름을 이번 작품에선 네오의 사랑과 믿음이 트리니티를 각성시켜 모두를 살리는 변주도 눈에 띈다.
하지만 대중문화계에 한 획을 그은 전작들의 무게를 완벽하게 넘어서지는 못했다. 우선 각종 설정을 설명하는 분량이 길다. 전작들을 못 본 젊은 세대에 세계관과 철학을 이해시키려는 취지로 보이지만 난해함을 가중시키는 측면이 있다.그 중에서도 액션을 비롯한 볼거리 면의 아쉬움이 크다. 네오와 트리니티, 애널리스트의 대면에서 총알보다 빨리 움직이는 ‘불릿 타임’을 구현한 장면이나 영화 막판 대규모 추격전의 물량공세는 압도적 시각효과를 선사한다. 반면 리브스와 모스의 액션은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인상적 지점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모피어스와 벅스, 게임회사 사장(조나단 그로프 분) 등 새로운 인물들의 액션 역시 새롭지는 않다.
'리저렉션'은 마치 '토탈리콜'처럼 관객을 헷갈리게 했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기어이 문을 열고 신칸센으로 넘어갈 때 "아, 또 다른 매트릭스가 맞구나"라고 좌절했다. 기어이 영화는 20년 전에 죽은 녀석을 관에서 꺼내 분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와서 보면 "대체 이들이 싸우는 명분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네오와 모피어스, 벅스는 기계와 전쟁을 벌이지만, 그 목적은 명확하지 않다.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딱히 매트릭스를 벗어나지도 않았다. 간단히 말해 얘들이 왜 싸우는지 모르겠다. 이런 혼돈에 빠진 이유는 '리저렉션'의 빌어먹을 대사들에 있다. 앞서 언급했지만 '매트릭스' 1편은 대단히 철학적인 영화다. 그러나 영화는 세계관에 충실할 뿐, 철학적인 티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리저렉션'은 정말 최선을 다해 철학적인 티를 낸다.
'리저렉션'에서 네오와 트리니티의 선택은 '매트릭스' 1편에서 싸이퍼(조 판톨리아노)의 선택으로 향한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에서 인간은 좋은 밥을 먹고 좋은 공기를 마시며 좋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가상현실에서 벗어나 진짜 세상으로 돌아오면 탁해진 공기를 마시고 빈약한 식사를 하며 평생 기계들에게 쫓기며 숨어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진짜 세상으로 나오는 일은 가치가 있는 일인가. 이는 '빨간 약과 파란 약'을 선택하는 근원적 질문과 닿아있다. 불편한 진실을 알 것인가, 아니면 모르고 살아갈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종반부 한 43층 건물에서 네오와 트리니티가 석양을 뒤로하고 손을 맞잡은 채 함께 뛰어내리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영화 내내 강조한 ‘사랑의 힘’을 한 장면으로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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