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복'이란?
전복은 연체동물문 복족강 원시복족목 전복과 전복 속에 속한다. '자산어보'라는 책에 복어(鰒魚)라 하였고, 본초강목에는 석결명이라 하였고, 구공라(9개의 구멍이 있는 조개.)라고도 쓴다. 순우리말로는 귀처럼 생겼다고 귀조개라 불린다.
전복은 자웅동체이며 난생으로 번식하고 수심이 5~50m되는 온대 지방의 깨끗한 바다의 암초 지역에서 흔히 보인다. 지리적 표시제/대한민국에는 완도, 해남, 신안 전복이 등록되어 있다.
2. 전복의 생태 특징
많은 사람들이 조개의 일종으로 아는데 구조상으로 달팽이와 더 가깝다. 조개는 이매패강에 속하지만 전복은 소라나 달팽이와 같은 복족강에 속한다. 물 속에서 전복의 활동은 조개보다 달팽이와 가깝다. 보통 조개라고 불리는 종들은 껍데기가 두 장인데, 전복은 껍데기가 한 장뿐이다. 껍데기의 모양은 대부분은 한 층으로 덮여있으며 그 위에 구멍들이 줄지어 위로 솟아 있다. 달팽이와 같이 나선 모양으로 감겨 있는 나머지 층은 다른 조개에 비해서 매우 작고 뒤쪽으로 치우쳐져 있다.
껍데기의 구멍들은 마지막의 4~5개를 제외하고 막혀 있고, 열려 있는 구멍은 호흡과 물, 배설물을 내보내는 데 쓴다. 껍데기의 안쪽 면은 커다랗게 열려 있으며 매끈매끈하고 진주 광택이 나서 공예품의 재료로 많이 쓰인다. 등살과 껍데기는 패각근이라는 강한 근육으로 이어져 있다. 발은 크고 넓으며, 달팽이처럼 치설이 나 있다. 이빨이 있어서 제거해야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머리에는 달팽이와 유사한 대촉각과 소촉각이 존재하는 것이 특징이다.
3. 전복의 먹이
야생에서는 주로 갈조류를 먹고 사는데, 먹성이 엄청나다. 일본에서는 다시마를 먹고 자란 전복이 최상품이라고 한다. 전복에서 다시마 향기가 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족관에서 키우는 전복한테 길다란 미역잎을 하나 물려주고 5분 후면 거의 다 초토화시키면서 먹어치우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국내 양식장에서는 전복의 먹이로 다시마를 많이 쓰기 때문에, 일본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산은 모두 최상품인 셈이다. 특히, 갈조류가 잘 보존되어 있는 독도에서 엄청난 숫자의 자연산 전복을 볼 수 있다. 독도에서는 어로 활동이 금지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역, 다시마를 양식하는 어민들은 전복을 엄청나게 싫어한다. 전복을 팔면 안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양식장에 달라붙은 전복을 잡아도 개체 수가 적고 크기가 작아서 이익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10~20g 내외의 전복을 따로 포장해서 '라면 전복' 등의 이름을 붙여서 저가의 제품으로 파는 것도 존재하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다. 어민들의 입장에선 이 작은 전복들이 눈에서 안 보이는 게 제일 좋다. 무엇보다 체장미달 개체는 잡는 게 불법이다.
4. 전복 생산과 가격
서구권에서는 전복이 질기다는 이유로 그다지 인기가 없었고 대부분 수출을 한다. 일본 식당을 중심으로 요리법이 알려지면서 먹는 사람이 생긴 정도다. 서양 쪽은 전복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에 해변에 어른 손바닥보다 훨씬 큰 전복이 널려 있어서 1년 내내 전복 요리를 먹었다는 교민의 무용담이 전해지기도 한다.
북미, 유럽권에서 전복의 수요가 많은 아시아권에다 전복 수출이 얼마나 장사가 잘 되었는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전복잡이 다이버를 하던 사람이 한 해에 100만 달러 이상은 기본으로 벌어들였었다고 한다. 다만 현재는 전복 양식 때문에 전복 채집 라이센스를 가진 잠수부들이 영향을 받았다.
서구권과 다르게 동아시아 지역은 한국, 일본, 중국 모두 전복을 즐겨먹고 수요가 매우 많다 보니 자연산 전복은 멸종 위기 수준이다. 이 때문에 자연산 전복은 크면 클 수록 고가를 자랑하는데도 거래량이 많을 정도로 매우 잘 팔린다. 지금은 전복 양식이 보편화가 되어있는데도 날씨와 어획량에 따라 가격이 비교적 심하게 변동되며 최상품 자연산 전복은 도매시장에서도 여전히 kg당 만원 단위는 기본으로 그냥 넘어갈 정도로 비싼 식재료다.
전복의 값이 비싼 이유는 성체로 키우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 완도군의 주력 상품인 전복은 보통 시중에서 팔아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2년차 성체가 되면 수확을 하며 여기에 전복의 치어라 할 수 있는 치패를 육성하는데도 반년이 걸리니 판매용이 되려면 2.5년 이상이 걸린다. 양식만으로 이 정도 걸리는데 자연산은 당연히 더 비싸질 수 밖에 없다.
간혹 전복을 껍데기와 분리시켰는데 안쪽에 푸른곰팡이처럼 초록 내지는 청록색의 덩어리가 있는것을 보고 당황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전복의 내장으로 해당 전복은 평생 미역, 다시마와 같은 해조류만 공급받은 양식 전복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다양한 먹이를 섭취한 자연산의 내장은 노란색 내지는 갈색에 가깝다. 어떤 색이든 독소 같은건 전혀 없기때문에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고, 정 꺼림칙 하다면 제거하고 먹는것을 추천. 해조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풍미가 진하기 때문에 내장은 꼭 먹는다고 한다.
서양 쪽에서 전복을 수출하기 위해서 가공을 할 때 전복 내장을 그냥 버린다고 한다. 전복 내장을 귀한 식재료로 치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보면 아깝긴 한데, 어차피 냉동포장해서 먼 곳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전복 내장은 냉동시켜도 쉽게 상하니까 어쩔 수가 없다.
전복 양식이 보편화 되기 전에는 일반적인 해산물중에 최고의 가격을 자랑할 정도로 정말 비쌌다. 1990년대 중반에 서울에 있는 대규모 수산시장에서 10센티 정도 크기의 자연산 전복 한마리가 가격이 무려 15000원 수준으로 당시 가격으로는 엄청났다. 해저바닥의 바위에 딱 붙어서 생활하는 특성상 채취가 꽤나 까다롭기 때문. 보통 해녀들이 잠수해서 채취하는데 자연산 전복은 패각에 따개비를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붙어있어 위장술이 대단해서 발견하기도 어렵다고한다. 지금도 자연산 전복은 비싸지만 양식산 전복이 나오기 전의 자연산 전복은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현재의 자연산 전복보다 2배 이상 비쌌다. 이후 노하우 축적으로 양식 전복 공급이 늘어나면서 이전의 자연산 전복 수요 중 상당부분을 양식 전복이 대체했지만 지금도 노인들 중에는 '전복요리'라고 하면 일단 '엄청나게 비싸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양식은 자연산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어서 수도권 마트에서 마리당 2,000~3,000원 정도에 판매하고, 양식장에 직접 소매 주문하면 kg당 15,000~60,000원 사이이다. 비싼지 싼지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렇게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비싸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자연산은 아무리 싸도 양식산보다 10배는 비싸다.
5. 자연산과 양식
자연산과 양식 전복을 알아 보는 쉬운 방법은 껍데기를 살펴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붙어 있지 않고 매끈한 껍데기면 양식산, 껍데기에 따개비라든가 이것저것 많이 붙어 있으면 자연산이다. 물론 이것은 대강 그렇다는 것이고, 양식산도 몇 년 되면 따개비 같은 게 붙는다.
양식과 자연산은 가격이 다르나, 맛 차이가 가격 차이만큼 많이 나는 건 아니다. 통일된 먹이를 먹고 자란 양식산이 그만큼 맛이 단조롭다는 평가가 있지만 반면 오히려 닥치는 대로 이것저것 먹고 자란 자연산보다는 체계적으로 식단 관리를 받아 다시마와 미역을 주식으로 한 양식산이 대체로 맛이 좋다는 말도 있다. 단, 향수 조합이나 소믈리에 수준이 아니고서야 그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러나 전복은 크면 클 수록 수율도 높아지고 맛도 좋아지기 때문에 자연산측이 더 가치를 받는다.
6. 전복 요리
다시마와 온갖 해조류를 양껏 먹고 자란 전복은 그 풍미와 식감이 모두 일품인 귀한 식재료로 유명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먼 옛날부터 식용해왔으며 구하기도 매우 까다로워서 '바다의 황제'라는 별명이 붙을만큼 매우 진귀하게 여겨지는 최상급 해산물 식재료다. 또한, 전복은 조리법도 다양해서 죽, 회, 찜, 탕, 구이로도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요리는 단연 전복죽이 유명하다. 또한 보양식으로도 인기가 많은 편인데, 대표적으로 삼계탕에도 부재료로 들어가는 경우가 꽤 있다.
중국에서는 전복을 말려서 먹기도 하는데 건전복(鲍鱼干)이라고 부른다.[3][4] 우리나라에서도 먹긴 한다. 대개 육수용으로 쓰이거나 며칠 동안 불려서 먹기도 한다. 특히 이것으로 육수를 낸 국물 요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강렬한 맛이라고 평가된다. 대표적인 예가 불도장. 중국 요리 식재료로는 제비집이나 상어 지느러미보다 비싼 게 전복일 정도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말린 것은 건복, 산 것은 활복으로 구분해 불렀다. 한양까지 공납품으로 전복을 잡아다 바치던 조선시대 말기의 이야기.
회로 먹기도 하는데 아주 얇게 떠내거나 칼집을 여러 방향으로 넣으면 질긴 맛이 좀 덜해진다. 그리고 치아가 약한 사람한테 권하지 않는게 좋은데, 생각보다 육질이 단단해서 조개같은 질감을 생각하고 잘못 씹으면 이가 나간다. 가열해서 익히면 육질이 다소 연해진다. 그리고 다소 미끈거리는 감이 있어 젓가락으로 집기 힘든 편. 찜으로는 일본식 전복 술찜인 무시아와비가 유명하다. 다시마 위에 전복을 올리고 물과 청주를 1:1로 섞은 후에 얇게 썬 무를 전복위에 올린 후에 2-3시간 뭉근한 불로 쪄낸다. 조리법이 복잡해서 그렇지 식감은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구이로는 버터를 둘러 굽는 버터구이 방식이 보편적이다. 동양 식재료가 아님에도 전복의 식감과 맛을 증폭시켜 주는 최고의 궁합으로 꼽힌다. 물론 집에 있는 즉석 토치와 부탄가스만 있다면 전복 회를 통째로 불에 직화로 구워서 불향 입혀가지고 먹어도 기가 막히게 맛있다(!!)
초록색을 띈 전복 내장은 잘게 갈아서 밥짓는 물에 섞거나 죽에 섞기도 하고, 젓갈로 만들거나 생으로 먹기도 한다. 보통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이건 선도가 떨어지는 전복 이야기이고 싱싱한 전복의 내장은 양념장, 특히 간장과 먹으면 그 풍미가 굉장하다. 물론 냄새는 나지만 덜 나고 덜 역한 편이다. 갑각류 내장 못지않은 씁쓸함과 섞인 감칠맛이 있기 때문에 간장게장, 새우장처럼 전복장을 만드는 경우도 있으며, 버터와 함께 볶아 크림 파스타나 리소토 베이스로 쓰기도 한다. 전복 내장으로는 굴소스 대용을 만들기도 한다. 단, 전복 내장을 먹고 알레르기가 일어나는 사람도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 같이 피부에 예민한 동물들에게도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때문에 반려인들도 키우는 동물을 위해서 가급적이면 전복 내장은 피해야 한다.
동양에서 전복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식재료로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는 현상과는 정 반대로 서양에서는 극히 일부의 미식가들한테만 인기가 있고, 보통 선호되지 않는 음식이다. 귀해서 가격은 높지만 날로 먹기에는 너무 딱딱하다. 익힐경우 식감이 조금 더 부드러워 지지만 여전히 생각보다 질기고 맛은 다른 조개에 비해서도 밋밋한 편이라 인기가 적다. 그래서 전복이 많이 잡히는 호주에서도 대부분의 물량을 동아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7. 장식품
심지어 전복은 진주까지 생산해낸다. 그야말로 살부터 껍데기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귀한 생물이다. 구슬 모양을 가지는 덩어리 진주의 경우 현재까지 가장 비싸게 팔린 전복 진주는 약 15억원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복 껍데기의 무지개색은 탄산칼슘과 단백질이 번갈아서 치밀하게 쌓인 진주층 구조에서 빛이 반사되어 나는 것이다. 나전칠기의 오색으로 반짝이는 부분이 바로 이 전복 껍데기를 얇게 갈아서 붙인 뒤 세공하는 것. 흔히 '자개'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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