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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인문학 (Humanities)/8- 스토리텔링 (Story Telling)

[스토리텔링] 무한 상상력의 힘, 광고에서도 살펴보자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2.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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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작가'를 author라고 합니다. 여기서 '권위(authority)'라는 단어가 파생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작가가 권위와 동일시됐다는 얘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고대사회에서 신성시되던 문자를 '갖고 노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작가의 권위는 씌어진 글 자체의 힘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문자를 떠나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storyteller)'으로서 작가의 권위는 상상력으로부터 나온다고 해서 틀리지 않습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나비효과'만 해도 그렇습니다. 베이징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뉴욕에서는 태풍이 분다는 식으로 설명되는, 카오스 이론에서 말하는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한 의존성(초기 조건의 미미한 변화가 크나큰 결과의 차이를 초래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다분히 시적(詩的)인 이 표현은 일반적으로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에 의해 대중화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63년에 관련 논문을 처음 발표한 이래 많은 글과 연설을 통해.

그러나 '나비 한 마리가 궁극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아이디어를 처음으로 기술한 것은 소설가 레이 브래드버리였습니다. 그는 52년작 '천둥소리(A Sound of Thunder)'에서 양자론에 입각한 평행우주 이야기를 다루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관광객이 나비 한 마리를 밟아 죽임으로써 현재가 얼마나 변할 수 있는가를 오로지 상상력만으로 그려냈습니다. 말하자면 작가의 상상력이 나비효과의 토대가 된 셈입니다.

브래드버리 뿐만이 아닙니다. 조앤 K 롤링은 어떤가요? J R R 톨킨은? 아서 클라크는? 주제 사라마구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스티븐 킹은? 진융(金庸)은? 두 명의 무라카미(하루키와 류)는? 오늘날 전 지구를 덮고 있는 것은 이들의 허구적 상상력입니다.

사람은 의식주만으로 살 수 없습니다.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아니 필수적이라 해도 좋습니다. 실제로 이야기 없는 삶을 상상해 보십시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컴퓨터 게임이든. 거칠게 말하면 이제 허구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지배합니다. 

 

프랑스의 유명 화가 앙리 루소는 밀림 지대 그림을 환상적으로 그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 번도 밀림에 가본 적이 없습니다. 오직 상상의 힘만으로 그렸기에 건조한 초원에서 서식하는 사자가 밀림에 나타나고, 실존하지 않는 식물들이 무성하게 자랍니다. 그렇기에 그림은 더 신비롭고 역동적으로 보입니다. 현실에는 없는 밀림의 모습. 나무보다는 잎사귀가 무성하고 신체 비례도 맞지 않는 인물들. 그의 예술성은 현실에 있지 않은 세상을 그렸기에 작품성을 갖습니다. 상상은 이렇게 현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과 감동을 이끌어내죠. 

 

연말이면 많은 브랜드가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동화를 짓습니다. 일 년간 고단했던 시간을 함께 치유하고자 합니다. 그중에서도 상상력이 빛나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뻐꾸기시계를 살려낸 상상력  

뻐꾸기시계를 보며 어떤 것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은 특별한 생각을 떠올리지 못할 겁니다. 매년 John Lewis만큼이나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오는 네덜란드의 복권 브랜드, Dutch State Lottery. 1726년에 창립한 이 오래된 브랜드는 뻐꾸기시계에서 따뜻한 상상력을 이끌어냈습니다. 그리고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홀로 지내는 외로운 할아버지. 그에게는 시계 속 뻐꾸기가 제일 가까운 친구지요. 매년 연말에 발행되는 ‘New Year's Eve' 복권을 산 할아버지는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지만, 뻐꾸기가 갑작스레 기력을 잃습니다. 걱정스러운 할아버지는 시계를 안고 많은 곳을 찾아다니죠. 시계를 만드는 곳, 만물수리점, 동물병원. 하지만 어느 곳도 뻐꾸기를 살려내지 못합니다. 시계를 함부로 다루는 가게 주인에게 화를 내고 돌아선 할아버지는 지친 마음을 안고 카페에 들르죠. 뻐꾸기에게 머플러까지 둘러주는 애틋한 할아버지. 그때 카페 벽 뻐꾸기시계가 청아하게 노래합니다. 그 순간입니다. 할아버지의 뻐꾸기가 그 소리를 듣고 기력을 되찾습니다. 뻐꾸기의 기력을 잃게 한 건 외로움이었던 거죠. 뻐꾸기는 카페에 걸린 암컷 뻐꾸기를 보고 반가워합니다. 그 모습을 본 카페 직원은 할아버지에게 카페의 뻐꾸기시계를 선물하죠. 양손에 뻐꾸기시계 한 쌍을 소중히 들고 가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고마운 마음에, 소중하게 지녔던 연말 복권을 카페에 두고 갔습니다.

 

▲Dutch State Lottery Christmas ad 2021 -Cuckoos (출처: The World's Best Ads)

“Share your luck"

당신의 행운을 나누세요. 브랜드가 전하는 메시지입니다. 

연말에 발행하는 복권 광고 영상인 만큼 브랜드는 따뜻함을 전하는 데 주력합니다. 늘 ‘서로에게 행운을 나누라’고 말하죠. 올해는 생명이 없는 뻐꾸기시계를 아름답게 살려내, 따뜻한 메시지를 이어갑니다. 
복권이 전하는 컨셉 또한 ‘돈’이 아닌 행운이라는 기분 좋은 이야기를 전하면서. 

낯선 이들을 낯설지 않게 만드는 상상력 

늦은 밤, 누군가의 집에 들어온 낯선 생명체. 그들은 온몸이 털로 뒤덮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무서운 존재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친근한 모습을 보이죠. 여행 온 아침, 음악을 듣고, 숲속을 산책하고, 바닷가에서 가족 셀피를 찍고, 젱가를 하고, 맛있는 요리도 해 먹고, 함께 모여 영화를 즐기고. 여느 가족과 다름없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묵고 있는 집을 깨끗하게 쓰는 것도 잊지 않죠. 오히려 평범한 모습이 호감을 느끼게 합니다. 본적 없는 외모를 했지만 떠날 땐, 감사 카드까지 꼼꼼하게 챙깁니다. 그리고 문을 닫는 순간, 괴생명체로 보였던 그들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의 모습으로 바뀌죠.

 

▲Strangers Extended Cut (출처: Airbnb)

자신의 집을 낯선 이에게 빌려주는 플랫폼, 에어비앤비. 낯선 이에게 집을 내주고, 낯선 이의 집을 찾아야 원활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모두가 모두에게 낯선 이들인 거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래서 집을 빌려주는 것을 꺼립니다. 낯설다는 건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한 이유니까요. 에어비앤비는 그런 이들에게 더욱 낯선 가족을 소개했습니다. 아무리 낯설게 보여도 우리는 모두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걸 말하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낯선 이들도 결코 낯설게 사는 사람은 아니니’ 그들에게 호스트가 되어주는 즐거움을 누리라고 전하죠. 에어비앤비는 ‘낯선 사람들’을 새롭게 만드는 상상력을 발휘해 메시지의 설득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스노우볼 속의 아름다운 이야기


스노우볼은 보기만 해도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투명한 유리 공 안에 담긴 세상은 하얀 눈이 날리는 아름다운 세상이죠. 그렇다면 이 스노우볼로 어떤 이야기를 상상해낼 수 있을까요?

 

▲Air Canada: ‘Tis the season to believe (출처: Air Canada)

비행에서 돌아온 조종사 엄마로부터, 하얀 눈 속 통나무집이 있는 스노우볼을 선물 받은 아이. 아이는 기쁜 마음으로 또 다른 스노우볼 사이에 선물 받은 스노우볼을 놓습니다. 그 옆에는 캠핑카가 있는, 여름이 한창인 스노우볼이 있죠. 이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눈 덮인 통나무집에서 나온 남자. 그 남자는 장작을 모으다 옆 스노우볼에서 서핑 나갈 준비하는 여자를 만나게 되죠. 그들은 각자 겨울과 여름에서 낚시를 즐기고 뜨개질을 하고 서핑을 즐기고 스케이트를 탑니다. 그렇게 둘은 사랑에 빠지죠. 남자는 여자에게 줄 스웨터도 떴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절망에 빠집니다. 그들 사이엔 유리라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죠. 사랑에 빠진 둘은 점점 더 슬퍼집니다. 순간 여자는 산타클로스를 위해 준비된 쿠키를 보고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북극 산타에게 소원을 써서 보내는 거죠. 그렇게 둘은 마법을 선물 받아 서로를 만나게 됩니다. 눈 덮인 산장에 여름 속에 살던 그녀가 건너오게 된 거죠.  

에어 캐나다는 크리스마스가 있는 연말이야말로 ‘뭔가를 믿기에 가장 환상적인 시간’이라고 말하죠. 클레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동화는 높은 완성도로 ‘함께 있는 아름다움’을 그려냅니다. 팬데믹으로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기 더 어려워진 시기. 이 영상을 보고 조금이라도 웃거나 행복해진다면, 이 캠페인의 힘이 시작되고 있는 겁니다.
  

사람이 가진 아름다운 힘


축복받은 게 틀림없는 사람의 힘. 그건 상상력이 아닌가 합니다. 팍팍한 현실을 언제든 벗어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 

세상은 지금 한국의 상상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기생충’에 이어‘오징어 게임’으로 폭발한 K-컬처의 힘은 ‘지옥’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야기를 끌어내는, 예기치 못한 상상의 힘은 긴박감과 몰입감을 높여 줍니다. 오직 기발한 상상력 하나로 세계와 소통하고 있죠. 사실 세상 많은 물건은 상상력에서 기인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흔하게 보는 연필에서부터 옷핀, 빨대, 단추 등... 상상하면 예술 작품이나 이야기 속에나 필요할 것 같지만 일상생활 곳곳, 상상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BOTTEGA FOR BOTTEGAS (출처: Bottega Veneta)

이태리 명품 브랜드, 보테가 베네타는 그들이 가진 힘에 상상력을 더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쇼윈도와 광고 매체, 웹사이트 등을 보테가의 원래 의미인, ‘창의적인 장인 브랜드’에 쓰기로 한 거죠. 예술성과 완성도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에 보테가 베네타의 힘을 빌려주는 겁니다. 비스킷부터 파스타, 도자기, 각종 초대장과 카탈로그를 만드는 종이 브랜드까지, 팬데믹으로 어려워진 브랜드들에게 쇼윈도의 한켠을 내주어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한 거죠. 밀라노 전역 매장과 광고 빌보드 온라인까지 연계돼 그들의 힘을 나눴습니다. 이 또한 서로가 가진 힘을 나누는 상상력입니다.  

그러니 사람이 가진 이 아름다운 힘, 상상력을 어떻게 이로운 방향으로 써나갈지 또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출처: https://blog.hsad.co.kr/3171 [HS애드 공식 블로그 HS Adzine:티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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