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달로리안 디즈니+의 최고작
The Mandalorian (2019-20)
‘스타워즈’ 팬들이 뒤집어졌다. ‘더 만달로리안’에 루크 스카이워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더 만달로리안'은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가 공개한 첫 번째 '스타워즈' 실사 드라마 시리즈다. 은하 내전 이후 제국이 몰락한 직후 시대에 활약한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추적한다. SNS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며 방영 당시 유럽을 포함해 디즈니플러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가장 많이 불법 스트리밍된 작품' 1위에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드라마다.
우선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압도적인 자본력에 어지간한 영화의 뺨을 치는 시각 효과, 스파게티 웨스턴 감성을 버무린 이야기 전개가 어울려 ‘스타워즈’ 실사 영상물 중 가장 오리지널리티를 추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어느 정도나 인기를 끌고 있느냐 하면 화제성과 수상 분야에서 ‘왕좌의 게임’을 뛰어넘었다. 2020년 에미 시상식의 최고상인 드라마 시리즈 부문 최우수 작품상(Outstanding Drama Series)을 포함해 총 1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돼 7개 부문을 받았다. 이는 ‘왕좌의 게임’ 시즌 1의 수상 실적을 추월한 것이다.
덕분에 2020년 미국의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틀어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제작비도 어마어마하다. 총 10편으로 제작한 1시즌의 제작비가 무려 1억달러(약 1102억원)다.
극중 만달로리안은 엄격한 규율을 바탕으로 한 집단이다. 만달로리안인 주인공 딘 자린은 현상금 사냥꾼으로 각종 의뢰를 해결한다. 만달로리안은 강력한 특수 금속인 베스카 갑옷, 헬멧을 항시 착용해야 한다. 다른 생명체 앞에서 헬멧을 벗고 얼굴을 보여주면 계율을 파기한 것으로 간주돼 다시는 만달로리안 집단에 소속되지 못한다. 이 설정에 <만달로리안>의 재미가 있다. 딘 자린은 수차례 얼굴을 공개하라는 유혹 혹은 위협을 받는다. 헬멧을 벗고 평화로운 시골 마을에 안착할 기회도 가진다. 딘 자린은 그때마다 헬멧 벗기를 거부한다. 공개된 16편의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에만 딘 자린은 얼굴을 공개한다. 딘 자린의 얼굴 공개 순간은 <만달로리안>의 감정적, 서사적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만달로리안>의 또다른 주요 인물은 정체 불명의 아기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를 통해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요다와 같은 종족이다. 이 때문에 스타워즈 팬들은 이 아기를 ‘베이비 요다’라 부르기도 한다. 딘 자린은 제국군 잔당의 의뢰로 아기를 데려다준다. 그러나 제국군 잔당이 아기에게 모종의 생체 실험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뒤, 뒤늦게 아기를 다시 빼낸다. 딘 자린이 아기와 함께 여러 행성을 떠돌며 의뢰를 수행하고, 아기의 정체를 밝힐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한 뒤, 아기를 적절한 양육자에게 넘기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만달로리안>의 뼈대다.
<왕좌의 게임> <나르코스> <킹스맨: 골든 서클> 등을 통해 잘 알려진 페드로 파스칼이 딘 자린을 연기했다. 냉혹한 현상금 사냥꾼이던 딘 자린은 아기의 든든하고 정감 넘치는 보호자로 성장한다. 복잡한 감정 연기를 해야 했지만, 얼굴을 가렸기에 배우의 주요한 무기인 표정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제작진은 딘 자린의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대사 사이에 간격을 두고 잠시 멈춰있게 하거나, 작은 손동작 하나도 중요한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연출했다. <만달로리안> 중 몇 편의 에피소드를 연출한 릭 파무이와는 제작기를 담은 <디즈니 갤러리/ 스타워즈 만달로리안>에 나와 “(얼굴을 가린 헬멧을 통해) 시청자가 자신의 감정을 딘 자린에게 투사한다”고 설명했다.
헬멧을 써야한다는 설정이 <만달로리안>만의 변수라면,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착은 상수다. 제작진들은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파스칼은 “시각적인 부분을 연출하고 전투 장면을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타워즈 세계관에 대한 애정, 캐릭터 설정, 그들의 관계가 더욱 중요했다”고 말했다. 제작을 총괄하고 대부분 대본을 쓴 존 파브로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신화의 연장”이라고 표현한 뒤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다음 세대에게 삶의 교훈을 준다. 희생, 인내, 도전을 통한 성장이라는 가치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감독 론 하워드의 딸이자 배우인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만달로리안>의 몇 에피소드를 연출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도쿄에 가서 조지 루카스, 구로사와 아키라와 저녁을 먹었던 경험을 떠올린다. 스타워즈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선보인 레아 공주와 C-3PO, R2-D2의 여정은 구로사와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의 구도와 유사하다. 딘 자린이 낯선 마을에 들러 주민들의 의뢰를 해결하는 과정은 구로사와의 <요짐보> <7인의 사무라이>와 유사하다. 스웨덴 출신 작곡가 루드비히 고란손의 음악은 존 윌리엄스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OST 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스타워즈 시리즈는 다수의 극장용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로만 선보여왔다.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세계관으로는 첫 실사 시리즈다. 존 파브로는 <아이언맨>의 감독으로 이후 마블 유니버스의 기틀을 세웠다. 그는 <만달로리안>을 통해 스타워즈 시퀄에 대한 불만으로 흔들리던 팬덤을 다잡고 스타워즈 세계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디즈니는 <북 오브 보바 펫>을 공개하는 등 스타워즈 세계관에 속한 실사 시리즈를 방영중이다.
은하 내전 이후, 제국이 몰락한 직후 시대에 활약한 무명의 만달로리안 현상금 사냥꾼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인 《만달로리안》은 시즌1부터 에미상 7개분 수상과 2020년 미국의 모든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틀어 최고의 시청률 기록을 갱신했다.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만달로리안》은 스타워즈 스토리텔링의 절정(The Mandalorian is Star Wars storytelling at its best)"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시청하면서 느낀 소감은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의 정수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스타워즈 시리즈는 <플래시고든(1936)>,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서부극을 결합한 우주를 배경으로 한 모험활극이다.
또 기존의 스타워즈 음악을 재탕하지 않고 존 윌리엄스만의 감성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상징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루드비히 고란손을 칭송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2로 접어들면서 기존 스타워즈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며 이질감 없이 드라마와 맞물리며 시즌 1이 남긴 궁금증을 슬기롭게 풀어냈다.
정리하자면 시즌 1에서 등장인물 소개에 충실했다면 시즌 2에서 주인공 일행이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세계관을 확장하고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 기존에 디즈니가 내놓은 스타워즈 확장세계관이 재탕에 그쳤다면 존 패브로와 데이브 필로니가 주도하는 드라마《만달로리안》은 독립된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그러므로 스타워즈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이 드라마가 그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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